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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눈이 내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나서는데, 벌써 누가 마당을 깨끗이 쓸어놨네요.
할아버지는 기분이 흐뭇했어요.
“으흠, 누가 이렇게 마당을 깨끗하게 쓸었지? 누구냐? 상을 줘야겠다.”
마당 구석에서 빗자루가 말했어요.
“제가 쓸었습니다.”
“자네가 쓸었다고?”
“예.”
“자네가 저 눈을 쓸었어?”
“예.”
“정말 자네가 쓸었나?”
똑같은 질문을 세 번 받자, 빗자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지요.
“아닙니다, 실은 박 서방이 쓸었습니다.”
“흠, 박 서방이 쓸었다고?”
“예.”
“박 서방, 어디 있나? 이리 좀 오시게.”
박 서방이 뒤란에서 앞마당으로 나왔어요.
“박 서방, 자네가 눈을 쓸었나?”
“예.”
“자네가 저 눈을 쓸었어?”
“예.”
“정말 자네 혼자서 쓸었는가?”
똑같은 질문을 세 번 받자, 박 서방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지요.
“아닙니다. 빗자루와 함께 쓸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박 서방과 빗자루에게 상을 주어야겠군.”
그때, 어디선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쳇, 내가 없는데 누가 무엇으로 눈을 쓸었다는 거야?”
할아버지가 물었어요.
“누구냐? 투덜거리는 게.”
“접니다, 영감님. 발밑을 보세요.”
“음, 너 마당이로구나?”
“예,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밑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박 서방이 어떻게 빗자루로 눈을 쓸었겠습니까?”
“그래, 맞는 말이다. 네가 밑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가 이렇게 서 있을 수도 없지.”
“그러니 상을 주신다면 저한테도 마땅히 주셔야지요.”
“옳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밑에서 받쳐주어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박 서방이 어떻게 빗자루로 눈을 쓸었겠느냐? 눈한테도 상을 줘야겠다.”
박 서방, 빗자루, 마당, 눈이 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고맙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상을 주셔야지요.”
“넌 또 누구냐?”
“지금 영감님 콧구멍을 통해서 허파로 들어가는 게 뭡니까?”
“그야 공기지.”
“아무리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당이 아래에서 받쳐주고 빗자루가 있어도 제가 없으면 박 서방이 무슨 수로 눈을 쓸겠습니까?”
“네 말이 옳구나. 그럼 이제 내가 박 서방과 빗자루와 마당과 눈과 공기에게……”
할아버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디선가 또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렇다면 저에게도 주셔야지요.”
“넌 또 누구냐?”
아무래도 얘기를 여기서 끊어야겠습니다.
비슷한 장면이 끝도 없이 이어질 테니까요.
과연 할아버지는 그날 누구에게 상을 주었을까요?
아니, 상을 주기는 주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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