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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리 켐프의 기도
(Margery Kempe 1373-1432)1.
주님, 당신의 자비를 구하옵니다. 제가 지은 죄에 벌을 내리시고, 저의 모든 죄악을 씻기사 영원한 저주에서 구원받게 하옵소서. 이곳 땅 위에서 어떤 고통이든지 기꺼이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지옥의 고문을 피할 수 있으니 오히려 지상에서 받는 고통을 행복으로 여기겠습니다.2.
주 하나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순결해지기를 갈망했는지, 그래서 제 몸과 영혼과 저 자신을 온전히 당신께 바칠 수 있기를 바라왔는지, 당신은 아십니다. 당신을 위해서 제 마음을 순결하게 하려고 고기와 술을 끊고자 얼마나 애썼는지, 당신은 아십니다. 저는 한번도 당신의 뜻을 어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데 실패할 적마다 슬픔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복되신 예수님, 언제나 당신의 뜻을 알려 주시고 그 뜻에 복종할 힘을 저에게 주십시오.3.
아아, 주님, 처녀들이 하늘에서 즐겁게 춤추고 있네요. 저도 함께 출 수 없을까요? 처녀가 아니니, 그럴 수 없겠지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했더라면 차라리 좋았겠습니다. 그랬더라면 당신을 불쾌하게 해드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랬더라면 당신께서 저의 처녀성을 종신토록 받으셨겠지요.
아아, 사랑하올 주님, 평생토록 저는 주님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을 아프게 뉘우칩니다. 저는 당신한테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저를 쫓아오셨고, 그래서 지금 이토록 불결한 저에게 희망을 주십니다.4.
주님, 제 눈을 눈물샘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당신 성체를 받아 모실 때 경건의 눈물이 제 뺨을 적시게 해주십시오. 주님, 당신은 저의 기쁨이요 지복(至福)이요 위안이며 세상에서 지닌 저의 모든 보물이십니다. 저는 세속의 즐거움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원합니다. 그러하오니, 사랑하올 주님, 지금 제가 받아 모시는 성체로 하여금 영원토록 저를 버리지 않겠다는 당신의 보증이 되게 하옵소서.5.
사랑하올 주님, 당신은 저와 인류를 죄에서 구원코자 그토록 많은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육신의 작은 아픔마저 이토록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주님, 당신은 그 크신 고통을 겪으셨으니 저의 작은 아픔에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고 제가 이 아픔을 잘 견디기를 바라신다면, 저에게 부족한 인내심과 용기를 주십시오.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이상하게 들리실른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이 육체의 이 아픔을 면할 수만 있다면 저를 헐뜨든 자들이 주는 정신적 고통을 배신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실 저는 당신 때문에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을 즐기는 편입니다. 당신 뜻에 복종하느라고 세상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합니다. 하오나 저는 너무나도 허약한지라, 지금 이 아픔을 참을 수가 없군요. 제발 저를 이 아픔에서 건져주십시오.6.
아아, 복되신 주님, 어떻게 하면 제가 당신을 최고로 사랑하고 당신을 최고로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는지, 그리하여 당신 사랑이 저에게 달콤한 만큼 제 사랑도 당신에게 달콤할 수 있겠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7.
사랑받으실 주 예수님, 저를 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을 아무도 벌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떤 앙갚음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은 아십니다. 당신 뜻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자비와 은혜를 내려 주십시오. 그렇긴 하오나 어떤 사람에게는, 죽은 뒤에 영원한 형벌을 내리시는 것보다 지금 여기에서 얼마간의 벌을 주시는 게 더 낫겠지요. 주님, 당신은 사랑으로 충만한 분이시라고, 그래서 어느 누구도 정죄 하기를 바라시지 않는다고, 제 영혼이 저에게 말해줍니다. 당신께서는 만인이 구원받기를 바라십니다. 만인이 구원받기를 당신이 바라시니 저 또한 그것을 바라나이다. 여러 해 동안 저는 울면서 구원을 빌었습니다. 이제 비록 그들이 저를 미워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의 구원을 빌지 않을 수 없습니다.8.
주님,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당신께서 끌어당기지 않으시면 아무도 당신께로 가까이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즉, 주님, 사람들이 아무리 죄악에 물들어 있다해도 그들을 모두 당신께로 끌어당기시옵소서. 저는 당신의 끌어당기심을 받을 자격이 없는 몸이지만 큰 자비로써 당신은 저를 끌어 당겨주셨습니다. 저를 에워싼 사람들이, 제가 얼마나 사악하고 못된 인간인지를 주께서 아시듯이 안다면, 저에게 베푸신 엄청난 당신 사랑에 깜짝 놀라겠지요.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을 갚진 존재로 만들어 당신 일꾼으로 삼으셨으니, 주님은 가장 비천한 죄인을 가장 숭고한 성자로 바꾸실 수 있나이다. 비옵나니, 모든 죄인을 성자로 만들어주십시오.
9.
주님, 어찌하여 저를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울게 하셨습니까? 사람들은 저를 미쳤다고 또는 바보짓을 한다고 비난하느라, 제가 당신의 성실한 일꾼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특별히 부탁드리오니, 제발 저를 설교시간에 울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성스런 설교를 듣다가 울음보가 터지면 도망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 울음은 당신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지요. 이러다가 언제고 잡혀서 감옥에 갇힐까봐 두렵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설교를 듣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제가 울어야만 한다면, 제발 제 방 침대에서 혼자 있을 때에만 울게 해 주십시오.10.
주님, 제가 아직 짓지 않은 많은 죄에서 저를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저지른 모든 죄를 슬퍼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 그들이 저의 친구든지 적이든지, 그들을 만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들 모두가 결국 제 친구로 되기를 기도합니다.<그녀는 문맹이었기 때문에 영문으로 된 첫 번째 자서전을 어느 신부에게 대필시켰다. 자서전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친 발작과 눈물과 분노와 성적 불안들을 솔직하게 썼다. 그러나 그녀의 심리적 혼란과 소동 속에, 모든 기쁨과 비참을 하나님 앞에 내놓는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잘 부각되었다. 경멸하던 남편을 버려두고 그녀는 영적 깨달음을 얻고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만난 신부들과 주교들한테는 실망했지만, 평범한 사람들한테서 그리스도를 보는 법을 배웠다. 다시 고향인 킹스 린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병이 들어 폐인처럼 되어 있었고, 그녀는 남은 생애를 남편을 돌보는 일에 바쳤다.>
월간 <풍경소리 제90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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