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일 글을 써서 LILY에 올리고, 또 뉴스레터로 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와중에 어떤 분이 물으셨어요.
"글의 주제는 어떻게 정해서 쓰세요? 매일 쓸 꺼리들이 그렇게 있나봐요. "
네, 일단 매일 쓸 거리들이 생겨나더라구요. 1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는데도 계속 가지고 있던 저의 의문도 역시 그것이었답니다. 처음에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런 식으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쓸만한 내용들이 바닥나지 않을까? 또 언젠간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 그것이 오늘의 이야기 주제입니다(이렇게 또 이야기 하나를 욹어먹는다는 ㅋㅋ )
글을 오랫동안 쓰면서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요, 제가 처음 써야지 하는 주제로 글을 완성한 경우는 몇번이 안된다 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타이핑을 시작할 때의 생각과 끝날 때의 생각이 머물러있는 위치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여행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글쓰기와 여행이 참으로 닮아 있더라구요.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도착지 장소에 관해서만 생각합니다. 여행지의 풍경, 맛집, 멋집, 체크 포인트등에 관해서만 생각하죠. 그러나 실제로 여행을 시작하면 일단 여행지에 도착하기 까지의 긴 시간과 그 시간만큼의 공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짧게는 몇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동안의 시간이 말이죠. 그것이 여행 떠나기 전에 잊고 있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하더라도 그곳에서 다시 내가 그리던 모습을 만나기까지의 시간도 제법 필요합니다. 막상 그곳에 도착했을 때, 떠나기 전에 보았던 사진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내 시야에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의 아주 작은 프레임에 불과하다 는 사실을 또 깨닫죠. 아주 작은 일부를 기대하고 갔지만 기대하지 않은 훨씬 많은 장면들과 사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즉,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긴 시간들과 사건들, 공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알지 못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미래를 바라보지만, 그 미래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 미래라는 것은 일련의 경험이나 생각들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따라가 보지 않으면, 그것들을 겪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는 것들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제가 처음 생각한 바에 따라 글을 쓰기 시작하면, 생각들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썼던 글 중에 '사람에게는 두가지 역사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제가 쓰려고 했던 것은 '사람에겐 두가지 역사가 존재한다'였습니다. 간단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그의 과거의 기억조차 달라진다는 내용을 쓰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어떻게 느끼고, 나쁠 때는 어떻게 느낀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쉽게 편향되고 조작될 가능성이 많다라는 주제를 쓸려고 했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풀어내다 보니... 기분이 나쁠 때.. 특히 소통의 불가능에 갑갑해 한다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저의 생각이 여기에서 다시 꼬리를 물어 버렸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의 세계를 통해서 상대방을 인식하는 것이 원인이니깐이라고 생각을 했죠. 정말 그런가?
왜? 생각이 원래 그러니깐... N개의 세상.. 뭐 등등등 ㅎㅎ
이러다보니, 결국 두개의 역사가 존재한다라고 쓰려고 했던 이 글은 소통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글이 되어 버렸죠. 생각을 계속 따라가다보니깐요.
이런 식이다보니, 어떨 때는 나도 내가 뭘 쓸지 모르는 상황이 생겨 버리고 마는 거죠 . 처음에는 아... 난 왜 일케 꾸준하게 생각을 못하는걸까... 한가지 주제를 생각했으면, 그것을 끝까지 쓰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생각을 따라가 보는 것, 그것이 사실은 제가 원하는 것이니까요 . 결국 제가 이렇게 글을 써서 전해드리는 것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입니다만, 사실 이 글을 씀으로써 가장 큰 수혜를 얻는 것은 바로 저 자신인 셈입니다. 저를 발견하는 여정이니까요. 사실 이 뉴스레터를 시작한 것도 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은 욕심이었고, 그 생각을 계속 따라다녀보다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몰라... 인거죠. 단지, 내 마음 속에 머무르는 몇가지 생각의 파편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또는 몇가지 단어들이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마음 속에 계속 떠오르는 어떤 것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한번 써 보세요. 제가 사용하는 것처럼 Freemind 마인드맵 도구를 써도 되고, 그냥 생각의 덩어리들을 메모지에 옮겨도 보세요. 그리고 생각이 나는대로 계속 따라가 보거나, 그것에 대한 자기의 마음을 써 보세요.
아마도 처음 의도한 바와 다르게, 자신의 의지의 저편에 있는 욕구들이나 바램들과 조우할지도 모른답니다. 자기가 만나고 싶었던.. 어쩌면 두려워했던 자신과 말이죠. 생각의 생각들을 따라가다보면 기하급수적으로 뻗어나가는 생각들의 단편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Accelerating Change
나는 왜 글을 쓸까? 그런것도 생각을 표현해 볼려고 했더니 끝도 없이 계속계속 뻗어나갑니다.
그러니, 제가 글을 쓸 거리들이 고갈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
여러분들도 한번 자신의 저편에 있는 생각과 조우해 보시면 어떨까요?
글을 씀으로써, 또는 여행을 훌쩍 떠나보면서 말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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