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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꾼이 있었어요. 아니, 지금도 오로리 숲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아무데서나 곰 발자국을 따라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를 과연 ‘곰 사냥꾼’이라고 불러도 될는지,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가 처음에 곰 발자국을 찾은 까닭은, 말할 것 없이, 곰을 잡기 위해서였어요.
모든 발자국 끝에는 그 발자국의 주인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그가 곰 발자국을 따라서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곰 발자국에 홀린 겁니다.
보면 볼수록 묘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곰 발자국들이 숲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거든요.
어느새 그는 곰 발자국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는,
곰 발자국 연구의 대가(大家, 학문에 뛰어난 사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누가 곰 발자국에 대하여 물으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신이 났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찍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곰 발자국을 발견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 모양과,
모양에 새겨진 곰의 성격과,
그 속에 담긴 곰의 역사까지를 황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발자국 주인인 곰이 나타나 그의 어깨를 툭 친 겁니다.
그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어요.
“누구야? 날 방해하지 마라!”
곰이 한 번 더 어깨를 건드리자, 그가 화를 내며 으르렁거렸지요.
“이 중요한 순간에 누가 자꾸 집적거리는 거야? 나중에 보자, 지금은 바빠서 안 돼.”
그러자 곰은 한숨을 쉬며 간데없이 사라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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