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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89. 하늘에는 두 태양이 있을 수 없소이다!

이정수 목사............... 조회 수 1394 추천 수 0 2009.10.10 15: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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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촉오수교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위나라 황제 조비는 오나라 손권과 손을 잡고 촉나라를 쳐서 멸망 시키고 그 땅을 둘로 나누어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위나라와 오나라는 북쪽의 마초, 남쪽의 맹획 등도 이 싸움에 끌어 들였습니다.

촉나라의 국난입니다. 촐의 승상 제갈량은 두문불출하고 깊은 상념에 빠져 있습니다. 마침내 제갈량은 눈을 번쩍 뜹니다. 문제는 오나라 손권이었습니다. 누군가 오나라 손권의 마음을 바꾸어 놓기만 하면 이 국난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승산이 섰습니다. 그 막중한 임무를 띄고 오나라에 파견된 사람이 등지입니다.

촉나라 사절 등지가 온다는 말을 듣고 손권은 면담하는 자리에 군대를 동원하고 끓는 가마를 준비하여 잔뜩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손권 앞에 선 등지는 앙천대소합니다. 그리고 < 내 듣기를 강동에 벽안의 기린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오늘날 보니 모두 헛소문이외다. 촉의 초로 선비 하나를 두려워하여 군대를 동원하고 끓는 가마로 사람을 위협하니 말이외다. 내 기꺼이 저 끓는 가마를 받겠소이다! > 하고는 가마로 뛰어듭니다. 손권은 황급히 등지를 붙잡습니다. 손권도 당대의 영웅이라 자신의 결례를 정중히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 하였습니다.  

손권과 등지는 마주 앉아 당금의 대세를 논합니다. 그 결과 지금 이 시점에서는 손권의 오나라가 위나라와 손 잡는 것보다는 오히려 촉나라와 손잡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따라서 손권은 위나라와의 동맹을 파기하고 촉나라와 동맹을 맺기로 국론을 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촉오수교가 성립되자 손권은 이를 축하하는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잔치 자리에서 손권은 이런 저런 이야기로 촉나라 사정을 슬쩍 슬쩍 떠 봅니다. 그때마다 등지는 적절히 應待辭令 합니다. 손권은 마침내 결정적 물음을 던집니다. < 이보시오 등지 선생, 당금의 정세로 보아 내가 위나라와의 동맹을 파기하고 당신네 촉나라와 수교를 맺었소이다. 그러면 이후 우리 오나라와 촉나라가 힘을 합하여 저 위나라를 쳐부순 후에는 어찌하여야 하오? >. 손권의 이 물음에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모두들 숨 죽이고 등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등지는 자리를 고쳐 앉으며 옷 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엄숙히 말하기를 < 하늘에는 두 태양이 있을 수 없소이다. 우리 촉나라와 오나라가 힘을 합쳐 저 위나라를 멸망 시킨 후에, 나는 나의 주군을 모시고, 왕께서는 왕의 수하를 거느리시고 전장터에서 만날 뿐이외다! > 라고 하였습니다.

손권의 장수들은 제놈이 아쉬워서  부탁하러 온 주제에 저렇게 방자할 수 있는가!하고 불같이 화를 내며 칼을 뽑았습니다. 손권은 급히 이를 제지하고는 < 과연, 명사절이오! 그대들도 사절로 나갔을 때 위로는 주군의 이름을 욕되지 않게하고, 자기의 명예도 굳게 지킬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 주기 바라오! >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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