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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94. 흙 묻은 玉보다 빛나는 玉이 낫다

이정수 목사............... 조회 수 1688 추천 수 0 2009.10.10 15:31:01
.........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바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만 여겼도다
두어라 흙이라한들 흙인 줄이 있으랴

윤두서의 시조입니다. 뜻은 무슨 뜻인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흙 묻은 옥보다 청량하게 빛나는 옥이 더 나은 것 아닙니까? 옥이 옥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한탄과 비참함 속에서 산다면 별로 좋을 것 없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옥도 아닌게 옥처럼 껍질을 반짝 반짝하게 니스 칠을 해서 옥 대접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옥에 흙에 묻어 옥 대접을 못 받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외교가이며 정치가였던 체스터 필드는 <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에서 들어 둘만한 한 마디를 하고 있습니다.

나의 아들아, 너라고 하는 조그만 건축물도 이제 그 뼈대가 거의 완성되어 가는구나. 이제 너는 모든 교양과 품위와 매너로 너의 외부를 아름답게 다듬는 일이 남은 것 같구나. 사실 그것들은 뼈대가 신통치 않으면 보잘 것 없는 장식에 불과하지만 뼈대가 튼튼히 서 있다면 그 건축물을 훨씬 돋보이게 하는 것이란다. 아니, 뼈대가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그런 장식이 없으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법이란다.

건축법 가운데 토스카나식 건축은 모든 건축법 가운데 가장 튼튼하고 견고한 것이다. 반면에 가장 투박하고 촌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견고하고 튼튼하다는 점에서 토스카나식은 건축물의 기초나 토대를 쌓는데는 제격이지만 건축물 전체를 토스카나식으로 건축한다면 그 살풍경한 모습에 모두 외면하는 건축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초와 토대는 토스카나식으로 하고, 그 위에 우아하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의 기둥과 벽으로 건축한다면 어떨까? 건축술이나 건물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기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그 아름다움을 넋 잃고 바라 볼 것이다.

내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이 점을 잊지 말아라.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실력도 있고, 행동거지가 정중하고 품위가 있어 느낌이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앞에 사람보다 실력이 더 좋다. 그런데 사람이 촌스럽고, 우중충하고, 쮸뼛쮸뼛하여 느낌이 별로 안 좋은 사람이다. 어느 쪽이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더 많겠느냐?

뼈대 없이 장식만 주렁 주렁 매달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내 아들아, 옥에 흙이 묻어 옥 대접을 못받는 것도 비극이다. 옥이 아닌데 니스 칠하고 옥인 것 처럼 속이는 것은 더 비극이다. 옥이면 옥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사는 것이 삶의 지혜 아니겠느냐?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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