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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받은 축복

정채봉동화 정채봉............... 조회 수 2040 추천 수 0 2009.11.05 23: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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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기싱 우화에서

태초에 창조주께서 이 세상 만물을 지어내 놓으시자
크고 작은 물음과 부탁이 잇달았다.
그 중에는 머리가 좋지 못한 당나귀도 끼어 있었다.
당나귀는 빈번히 제 이름을 잊어먹고 찾아왔다.

"또 깜박 잊었습니다. 저의 이름을 뭐라고 하셨지요?"
"또? 이번이 몇 번째냐?
당나귀란 말이다. 당나귀!"
창조주는 당나귀의 두 귀를
조금 늘어지게 잡아당겼다.
"다음에도 네 이름을 잊어버리거든 귀를 생각해라.
나는 귀가 길다.
그러니 내 이름은 당나귀다 하고 말이야."

당나귀가 돌아가자 이번에는 벌을 에워싸고
여우와 오소리와 토끼가 징징거리면서 나타났다.
"침을 가진 벌을 좀 어떻게 해주십시오.
조금만 뭐해도 침을 마구 쏘아대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벌의 침은 일회용이다.
침을 쏘아버리게 되면 생명도 끝나는 거야.
그러니 벌은 명심하거라.
네 목숨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 될 때만
침을 쓰도록 해야 할 것이야."
여우와 오소리와 토끼는 좋아서 박수를 쳤다.
그러나 벌은 앵하고 볼이 부어서 돌아갔다.

창조주가 한숨을 돌리려는데 또 발소리가 났다.
이번엔 양이었다.
"아버지,
다른 짐승들이 저를 얕잡아 보고 못살게 굴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의 이 고통을 좀 덜어 주십시오."
"네 말도 맞다. 너를 너무 곱게만 빚었어."

창조주는 한참 있다가 은근히 물었다.
"그렇다면 너의 이를 옥니로 하고 네 발톱을 갈퀴발톱으로 바꿔줄까?"
"아, 아닙니다. 저는 육식하는 맹수들과 같이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의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생활에 만족합니다."

"그럼 너의 입속에 독을 감춰둘까?"
"아이고, 그건 더 싫습니다.
뱀들처럼 미움을 받고 살기는 싫어요."

"그렇다면 너의 이마에 뿔을 달아주면 어떨까?"
"그것도 안되겠어요.
염소는 걸핏하면 뿔로 받으려 하거든요."

창조주는 말했다.
"참, 딱하구나.
너를 해치려 하는 자를 막자면 너 자신이
그들을 해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말씀을 듣고 양은
"그래야만 하다니....."하더니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 후
양은 한숨을 쉬면서 쓸쓸히 말했다.
"그러하시다면 아버지, 이대로 저를 내버려 두십시오.
누구를 해칠 능력을 가지면, 해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옳지 않은 일을 하기보다는, 옳지 않은 일을 당하고 사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양은 돌아서 갔다.
이를 본 창조주는 어느 누구에게보다도 큰 축복을 양에게 내렸다.
"오! 착하고, 착한 양아!
너는 힘이 없어도 땅에서 대우를 받고 살게 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어진 이들의 상징이 될 것이며
어느 힘센 짐승보다도 자자손손이 번성할 것이다." 

정채봉<멀리가는 향기/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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