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어느날 갑자기

정채봉동화 정채봉............... 조회 수 1906 추천 수 0 2009.12.23 11:45:40
.........


어느날 갑자기

남들처럼 열심히 '마련하기 위하여'살아가는 이씨

전세방을 얻기 위하여 텔레비젼을 가지고자, 냉장고를  사고자, 마침내 집을 장만하고자,
앞선 친구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가운데의 한사람.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두통이 일었다.

참을수 없을만큼 심한 고통이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먹어 보았으나 효과는 별로였다.
직장 동료의 권고의 따라 종합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다.

평소 안면이 있는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타났다.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에는 이르지만....."
"그럼 암이란 말입니까?"
"결과는 사흘후에 나옵니다.그렇게 속단하지 마십시요."
"다 압니다 친구가 나 같은 증상을 보인지 여섯달 만에 갔지요."

의사 앞에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병원을 나서면서부턴 동료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다.

집에 와서 돌아보니 자신의 삶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평화보다는 불안이 많았던 나날, 몇쪽 보다가 남긴 책이며, 항시 내일로 미루어 온 여행이며
마저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해야 할 일들이 많고도 많았다.

그것들은 6개월 내에 완료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3년만 더 살게 된다면 몰라도, 아니 생명이 1년만 더 연장된다면............
그러나 그한테는 이미 하루가 넘어가 버린 5개월 29일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한번 멋지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게 되다니....그는  신이 원망스러웠다.
"왜 나에게는 이세상의 행복을 단 한번도 맛보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이불섶이 흥건히 젖도록 울었다.

사흘후,이씨는 입원 준비를 하여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그제는 제가 오진을 했었습니다,
엑스레이 필름을 다시 검토해 보니 그것은 암세포가 아니라 종양이었습니다."

그는 갑자기 물결치듯이 밀려드는 햇살을 느꼈다.
어느 하루 뜨지 않은적이 없는 태양이거만 이때처럼 해가 찬란하게 느껴졌던 적은 일찌기 없었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
돌틈에 피어 있는 냉이꽃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오 네가 거기 있었구나"
그는 허리를 구부렸다.그러자 풀꽃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저도 여기 있어요"
"저두요"
하고 그는 풀꽃들에게 일일이 입을 맞추었다.
"그래 너희들이 거기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지냈구나.미안했었다."

상쾌한 봄바람이 살짝 그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오 너도 여기 있었구나"
그는 바람을 소중히 손바닥에 받아든 듯이 하여  들이켰다.
"아 이처럼 단 공기를 이제껏 내가 모르고 지냈었다니. 정말 죄송한 일이었어"
그는 그제서야 행복을 제대로  알아본것 같았다.

의사가 그의 곁에서 말했다.
"위기의 고비를 넘긴 사람은 대개가 당신과 같이 이순간이 인생의 첫걸음인 것처럼 감격하고 다짐을 새로이 하지요.
허나 그것도 작심 사흘입니다.
며칠지나면 다시 자기가  무한하게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고 몰염치해집니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죽음은 어느날 갑자기 꼭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하루 하루를 당신의 최초의 날인 동시에 최후의 날인것처럼 사십시요."

정채봉<멀리가는 향기/샘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3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7] 벽과 못 최용우 2010-04-12 1324
862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6] 나그네와 신 최용우 2010-04-12 1506
861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5] 디오게네스와 대머리 [1] 이솝우화 2010-04-03 1731
860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4] 하이에나와 여우 이솝우화 2010-04-03 1605
859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3] 태양과 개구리 이솝우화 2010-04-03 1874
858 권정생동화 아기 소나무 file 권정생 2010-02-24 2418
857 정채봉동화 좀나방과 꽃나방 정채봉 2010-02-24 2042
856 정채봉동화 일곱 금단지 정채봉 2010-02-12 1978
855 정채봉동화 성묘 정채봉 2010-02-03 1698
854 신춘문예 [16회 동양일보] 파랑도 김미숙 2010-01-22 1645
853 신춘문예 [2010무등일보] 책꽂이 오케스트라 file 김현정 2010-01-22 1572
852 신춘문예 [2010광주일보] 보리와 밀 -이영아 file 이영아 2010-01-22 1885
851 신춘문예 [2010전북일보] 꽃 켜는 아저씨 백상웅 2010-01-22 1817
850 신춘문예 [2010서울신문] 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 이나영 2010-01-22 1567
849 신춘문예 [2010강원일보] 닭벼슬 머리 우리 형 이은미 2010-01-22 2306
848 신춘문예 [2010문화일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file 김연진 2010-01-22 1717
847 신춘문예 [2010동아일보] 신체 접촉 금지법 제3조 전신우 2010-01-22 1826
846 신춘문예 [2010한국일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최용우 2010-01-22 1795
845 신춘문예 [2010조선일보] 누가 내 자전거좀 훔펴가 주세요 file 정선아 2010-01-22 4048
844 신춘문예 [2010국제신문] 종이배 file 권태현 2010-01-22 2002
843 신춘문예 [2010경남신문] 안나푸르나의 아이 file 엄성미 2010-01-22 1697
842 신춘문예 [2010부산일보] 할머니의 차표 file 정희 2010-01-22 1981
841 정채봉동화 어떤 광대 정채봉 2010-01-21 1726
840 정채봉동화 하느님의 약속 file 정채봉 2010-01-10 2007
839 정채봉동화 새벽달빛 file 정채봉 2009-12-28 2403
» 정채봉동화 어느날 갑자기 정채봉 2009-12-23 1906
837 정채봉동화 이실직고 file 최용우 2009-12-11 1967
836 정채봉동화 기적 file 정채봉 2009-12-07 1693
835 정채봉동화 대지 (루미의 시를 인용하여) file 최용우 2009-12-02 2456
834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2] 의사와 청년 [1] 최용우 2009-11-28 2035
833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1] 사자와 나귀 최용우 2009-11-28 1826
832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20] 하녀와 수탉 최용우 2009-11-28 2146
831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19] 권투선수와 벼룩 최용우 2009-11-28 1588
830 이솝우화 [꼬랑지달린이솝우화318] 박쥐와 가시덤불과 물새 최용우 2009-11-28 1874
829 정채봉동화 왜 그는 독수리가 못 되었나 file 정채봉 2009-11-25 3223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