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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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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침입니다-모닝칼럼] 최용우전도사의 햇볕같은이야기9
아빠책방 2009.12.25
오래 전에 본 어떤 영화 중에, 제목과 주인공과 스토리와 누구와 함께 보았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딱 한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인 딸이 연애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던 날 집에 돌아와 아빠의 책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훌쩍거리며 울던 장면입니다.
그 여주인공의 아빠는 대학 교수였습니다. 그래서 그 아빠의 책방은 빈틈이 없을 만큼 많은 책으로 꽉 차 있었고 책꽃이는 작은 발판을 딛고 올라가야 할 만큼 높았고 그래도 다 꽂지 못한 책들이 구석구석 높게 쌓여 있었습니다.
"아빠...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마음 편한 곳이 아빠책방이에요. 아기 때는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책을 빼려고 발돋음을 했고, 어릴 때는 이곳에서 숨바꼭질을 했고, 학생 때는 혹시 '남자나 사랑'에 관련된 책이 없나 찾아보기도 했어요.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항상 아빠가 이 책방에서 저에게 따뜻하게 위로해 주시고 안아주셨어요"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아빠 책방'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저도 딸들에게 그런 아빠 책방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영화에 나오는 책방처럼 크지는 않지만, 지금 작고 아담한 책방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딸들이 아빠 책방에서 책을 가지고 성쌓기 놀이를 하거나 책으로 모자이크를 만들며 자라왔습니다.
제 딸들이 다 커서 연애를 하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 아빠의 책방 구석에서 훌쩍거릴 때까지는
책 먼지 날린다고 싫어하는 아내의 구박을 묵묵히 꾹 참고,
저는 절대로 아빠책방을 없애지 않을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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