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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소나무
권정생
“달님 아줌마! 달님 아줌마!”
산등성이 외딴 봉우리에서 작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엉, 누구니?”
달님은 소리 나는 쪽으로 눈과 귀를 한꺼번에 돌렸어요.
“저에요. 여기 있잖아요.”
달님을 부른 건 바로 아기소나무였어요.
세 살짜리 아기 소나무는 산봉우리에 팔을 번쩍 들고 서 있었지요.
“오오~ 너였구나. 그래 나를 왜 불렀니?”
“저~ 저 말이에요~.” “으응?”
“지난여름 억수같이 퍼붓던 물. 히히 누가 쉬한 거예요? 아줌마가 눈 거예요? 아니면 해님아저씨가 눈 거예요?”
달님은 금방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어요.
“아기 소나무야, 그건 쉬한 게 아니다.”
“에이 거짓말. 아줌마 얼굴이 빨개진 걸 보니 달님이 쉬했군요. 그렇죠?”
“아니야, 그건 오줌이 아니고 비라고 하는 거야. 나무들이 잘 자라라고 하느님이 내려 주시는 거지.”
“으응. 그럼 그때 시커먼 포장은 왜 잔뜩 가려 놓았어요? 누가 볼까봐 궁둥이 감추느라 그랬어요?”
“아유 그건 포장이 아니고 바로 구름이라는 물통이야. 여름엔 날씨가 덥고 농사철이기 때문에 물이 굉장히 많아야 하거든. 시원하고 달짝한 비를 너도 실컷 마시고 컸잖니?”
달님은 진땀이 나도록 차근차근 들려주었어요. 아기 소나무는 조금 알아들은 듯 했어요.
“정말 그랬어요. 시원하고 달짝 한 걸 보니 쉬는 아닌 것 같아요.”
“아닌 것 같은 게 아니고 정말 아니야.”
아기 소나무는 입을 다물었어요. 자꾸 따지고 들면 버릇이 없는 거니까요.
달님은 그런 아기소나무가 마음에 들어서 환한 빛을 비춰 주었어요.
“아기 소나무야 너는 이 다음에 키가 어느 만큼 자라고 싶니?”
“달님한테까지 닿도록 크고 싶어요.”
“어머나! 그만치 커서 무얼 하려고 그러니?”
“언젠가 바람이 내게 가르쳐 줬어요. 저기 산골짜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슬픈 사람들이래요. 아들들은 군대 가고 딸은 도시 공장으로 돈 벌러 가고...”
“쯧쯧쯧 그랬구나.”
“그래서 할머니랑 할아버지들은 달님을 쳐다보고 한숨 쉰대요.”
“아이구 저런.”“그러니까 내가 하늘만큼 자라서 튼튼해지면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를 베다가 집 짓고 사시라고요.”
달님은 갑자기 목이 아파 왔어요.
“아기 소나무야 고맙다.”
“그럼 내 키가 얼른얼른 자라게 도와주세요. 네?”
“암, 도와주고 말고. 하느님도 네가 제일 착하다고 하실 거야.”
“아니에요. 제일 착한 건 싫어요. 보통으로 착하면 되요.”
“그래 그래.”
달님은 또 목이 메려는 것을 꾹 참고 환하게 아기 소나무를 비췄어요.
맹이의 감상문- 나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는 찌질이리나는 말이 싫다. 남을 함부로 무시하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바보도 같은 말이겠지만, 바보는 약고 거짓된 세상에서 순수하고 우직한 사람을 가리키는 위대한 말로 다시 태어났다. 찌질이도 그럴 수 있을까? 권정생 선생을 생각하면 바보와 찌질이가 생각난다. 그가 평생 사랑한 사람은 바로 이들이 아닌가? 아기소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그는 이 땅에 고생고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했다. 아기소나무야말로 저 먼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자연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이 숭고한 희생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동화들은 그런 마음에서 흘러나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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