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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깨뜨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박동현 교수............... 조회 수 1914 추천 수 0 2010.03.12 23:53:53
.........
어제 아침에 교회에 가다가
동네 파출소 옆 작은 언덕에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을
젊은 순경 몇 사람이 삽으로 깨뜨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동안 여러 번 내린 눈이 제대로 녹지 않은 채
얼어붙어 보기에도 좋지 않고 다니기에도 미끄러웠습니다.

사십 여 년 전 제가 초등 학생이던 때에 해마다 이월 말쯤 되면
우물 옆에 얼어붙은 얼음을 곡괭이와 삽으로 깨뜨리곤 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봄의 따뜻한 기운에 얼음이 저절로 녹아 내릴 텐데
그 며칠을 참지 못해 힘들여 얼음 깨뜨리는 일을 자청해 나섰던 것입니다.
얼음이 아직 너무 두껍다보니, 곡괭이와 삽 날이 오히려 구부러지기도 하고
지난해 비싼 돈 들여 우물 주변을 곱게 발라 둔 시멘트가
같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뜨리는 것은,
봄이 되면 겨우내 얼었던 모든 것이 녹겠지만
흉하게 얼어붙고 미끄러운 얼음을 그 때까지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얼음같이 얼어붙어 있는 수가 있습니다.
겨울 얼음은 봄이 되면 녹지만
사람 마음 속의 얼음은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녹는 것은 아닙니다.
그 얼음을 녹이자면, 누군가가 엄청난 열기를 가해야 합니다.
때로는 억지로 그 얼음을 깨뜨리려고 어떤 힘을 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에는 그 마음의 얼음과 함께
얼음을 깨려고 쓴 도구나 또 다른 것을 함께 깨뜨리지 않도록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동현 교수/장신대학교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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