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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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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여성들의 모임인 어느 선교단체에 초청강사로 가게 되었다. 늦은 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날 나는 화장도 안하고 아름답지 못한 초로의 얼굴을 들고 용기 있게 나갔다. 그날 이후로 내가 여러 모임에 가서 화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대강을 여기에 추려서 적어 보려고 한다.
나는 올해('95년) 4월 28일자 모 일간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움을 팝니다'라는 기획특집 기사인데,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소비자 값은 물경 3조원 대에 이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고 했다.3조원이면 3만억원이다. 하루 83억, 우리나라 여성들은 날마다 83억원어치의 화장을 하고 다닌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여성이 하루만 화장을 안 하면 83억원이 절약된다는 얘기가 된다. 나는 이 신문기사를 보고 이튿날부터 아니 그날 밤부터 아무것도 얼굴에 바르지 않았다. 무서워서 못바르겠고, 아무것도 안발라도 무서워서 몇날 며칠을 속떨면서 지냈다.
내게는 지금 반반한 유액 한 병도 없고, 누가 비싼 유액 살돈 없으면 글리세린과 스킨을 섞어서 바르라고 해서, 그것을 싸게 만들어 놓고 조금씩 발랐는데 그것도 집어치우고 피부금식을 했다고나 할까.
우리 여성들은 저녁이면 씻어서 다없애버릴(씻어낸 독한 화장물질로 식수나 오염시키는 것을) 그 낮동안 잠깐 잘 보이려고, 눈 번히 뜨고 날마다 하루에 83억원을 날린단 말인가.화장해서 여자가 기분 좋으면 얼마나 좋고, 남자가 화장한 여자 얼굴 바라보고 기분 좋아서 사무능률이 오르면 얼마나 오를 것인가. 차라리 화장한 여자는 화장한 자기얼굴 신경 쓰느라 산만해질 것이고, 그것 바라보는 남자도 자극 받아 분산되어 사무능률이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본격적인 시장개방을 맞아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월드상표 상륙채비"이 나라 여성들의 화장하는 얼굴이 외국업체에게 막대한 돈까지 벌어주게 되었으니.... 난 억울하고 분해서도 앞으로 화장 않기로 했다.
여러분, 화장하는 여자만이 아름다운 건 아닙니다. 청결함 속에서 더 빛나는 정신미, 지성미도 있고, 어머니다움, 아내다움, 누나다움은 맨살 그대로속에서 더욱 살아나는 생명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래도 화장 안할 수 없다면 짙게 페인트칠하듯 마시고, 사알짝 옅게, 자주하지 말고 가끔 하기로 합시다. 그리고 여자대학 앞에 가서 캠페인이라도 벌립시다. 여기는 거의다가 지도층 여성들이니 먼저 본을 보이면서 화장 안하기, 적게 하기 운동에 앞장 서 봅시다. 일주일에 하루만 화장 안하는 날로 정하면(화장을 똑같이 안하니 자기만 특별히 미워보일 리도 없으니까) 1년 50주 잡고 4천억이 절약됩니다. 4천억이 적은 돈입니까?
그리고 해마다 늘어나는 화장 인구를 줄여야 합니다. 화장 인구는 지금 어린 소녀 층으로 점점 내려가고, 나이 많은 노녀층으로 올라가면서 증가되고 있으니.... 화장은 건강에도 위생에도 경제적으로도 해로운 것이며 안할수록 좋고, 부득이 할 때는 가끔, 옅게 하라고.모든 여성은 내가 보기에 다 아름답습니다. 산에 들에 핀 꽃을 고요히 들여다보세요. 어디 안 예쁜 꽃이 한 송이라도 있던가요? 저마다 다른 고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들꽃만도 못합니다. 거의가 똑같은 색깔로 칠하고 그려서 누가누군지 개성도, 느낌도 없는 움직이는 마네킹들....., 아무리 살갗이 팽팽하고 나이 젊고 날씬해도 저 자신만 알고, 비정하고 무례한 여자들은 다 생명의 불이 꺼진 늙은 여자들입니다. 젊어 보이려고 화장한다구요?
참으로 젊어 보이는 것은 화장이 아니라 내면의 사랑과 웃음입니다. 두 눈에사랑이 가득 고여서 그윽하게 빛나고 다정하게 웃기만 하면 여인은 누구나 다 젊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 거리는 지금 화장한 늙은 여자들로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가슴팍은 진작 얼어붙어서 희생이니 노동이니 고통이니 하는 수고의 삶은 죽어도 마다하고, 죽었으면 죽었지 늙기는 싫다고 바러둥치는 여인들...... 왜 할머니가 늙은 여자입니까? 주름졌다고, 눈꺼풀이 늘어졌다고 늙은 여자입니까? 그 가슴에 우리를 감싸주는 포근한 애정이있고, 그 눈매에 자애로움이, 그 두툼한 손끝에 따뜻한 보살핌이 있는데, 그런 온화한 할머니가 왜 늙은 여자란 말입니까? 늙은 여자란 겉모양이 아무리 젊고 싱싱해도 가슴이 싸늘하게 죽어버린 사랑 없는 여자들인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화장품 매출액이 불어난다면 큰일입니다. 지난 2년 동안에 60% 급신장이라니, 앞으로는 1년에 60% 아니 100%씩 증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일년에 3조원이 6조원이 되고 이같은 추세로 라면 10년 후엔 60조원이 되고..... 잘못하다간 여자들이 화장하다가 나라 망해 먹었다는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에서 "만일 네 눈이 너로 실족(失足)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百體)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나이에 맞지 않게 젊어지고 외모가 아름다워지려는 여성적인 본능의 욕구를 버리지 못하고 짙은 화장을 계속 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성범죄유발의 동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단체에선가 젊은이들에게 "키스하고 싶을 때는?"하고 물어봤는데 루즈를 짙게 바른 여성을 보았을 때가 세번짼가로 많은 대답이었다.
그러면 성경에서 여성 단장을 어떻게 하라고 했는가. 베드로는 베드로전서 3장에서 "너희 단장은 머리를 꾸미고 금을 차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외모로 하지 말고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속사람)을 온유하고 안정된 심령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 값진 것이니라." 하셨고, 사도 바울은 디모데전서 2장에서 "여자들도 아담한 옷을 입으며 염치와 정절로 자기를 단장하고 땋은 머리와 금이나 진주나 값진 옷으로 하지 말고 오직 선행으로 하기를 원하라" 고 말씀하셨다.
화장 안한 얼굴로 남 앞에 나가면 실례라는 말이 있다. 이건 "소비가 미덕'이란 시대의 케케묵은 얘기에 불과하다. 요즈음 같이 자극적인 감각시대에는 오히려 지나친 화장이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주는 실례라고 나는 생각한다. 화장 안한 내 얼굴을 보고 누가 어디 아프냐고 묻기에 나는 "예, 아파요. 이 나라 여자들이 날마다 83억원어치를 화장하고 다닌대요. 잘못하다간 이 나라 망하겠어요. 그러니 이 나라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안 아프게 생겼어요? 많이 아픕니다."
성경말씀에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있고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나 라는 자아(自我)가 썩어야지, 죽지 않고 쌩쌩하게 살아남아서야..... 자녀들도 남편도 제가끔 혼자 잘 살아 보겠다고 뿔뿔히 흩어져 버립니다. 쌩쌩하게 영원히 살 것 같던 나도 결국 늙으면 혼자 외로이 그 깨어진 집더미 위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가정이 없이 헤매던 가족들도 저마다의 잿더미 위에 앉아 있게 됩니다.
내가 썩어 죽어서 많은 열매를 얻으면 나도 다시 살아나는 게 부활입니다. 이것만이 영원히 사는 생명의 비밀입니다.
그 뒤, 친지 결혼식, 집안 어른들의 팔순잔치에 남편과 동행하면서 나는 꼭 네 번 화장을 했다. 화장 안한 내 얼굴이 병자 같다고..... 내 남편의 이해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화장 안하기 ―남편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기일혜 님의 수필집 「가난을 만들고있을 때」 중에서
기일혜 님의 수필집 <가난을 만들고있을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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