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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427】구석
세상 그 어딘가에 구석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구석이 없다면 어린 시절 숨바꼭질할 때 어디 가서 숨을 것이며
남에게 들키기 싫은 막막한 슬픔이 있을 때 어디 가서 목놓아 울 것인가.
너에게도 너도 모르는 구석이 있어 참 다행스럽다.
너 모르게 숨어들어서 보고 싶은 너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 -김경훈 詩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누군가 '햇볕같은집' 에 다녀가셨네요.
봄이라 여기저기 꽃모종으로 어수선하고 빈 화분이 널려져 있는데 와서 보고 흉이나 보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는 제가 '마당의 진달래랑 얘기를 나누었다'고 글을 썼더니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이 한 낮에 와서 그 진달래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가셨답니다.
글로 만나던 곳을 직접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글은 아무래도 좋은 점을 쓰게 되고 그걸 읽으면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햇볕같은집은 가보고 싶다는 환상을 주는 곳이 아니라 '구석'이 되고 싶습니다.
숨어있기 좋은 구석 - 숨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집
요즘엔 숨으러 오는 사람이 없는 날에는 좋은이가 친구들과 함께 모여 공부를 하네요.
아이들에게도 맘 편하게 숨어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용우 20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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