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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마당에서 담장 아래로 있는 햇볕같은집을 넘어다 보시던 할머니께서
집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전에 여기 화단에 길다랗게 고사리 같이 생긴 풀이 있었는디 어째 없어졌네?"
"아, 그거요? 이름이 '관중' 이라고 하는건데 뿌리를 약으로 쓴다고 하네요.
너무 많이 번져서 다른 것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니까 캐버렸어요."
"아이구~ 나나 주지...전에 여기 사시던 할아버지 살아계실때 심은건데 그때 하나만
달라고 해도 안줘서 서운했는디 아까워서 어째..."
"뿌리를 완전히 캐내진 못했으니까 좀 있으면 또 나올거예요."
화단에 있는 수선화도 달라 하시고, 한참 크고 있는 매발톱도 보시면서 감탄을 하시는군요.
감자는 이렇게 심으면 안된다 하시고, 담장 밑으로는 오이를 많이 심으라고도 하시네요.
별것도 없는데 여기저기 들여다보시면서 이것저것 물으십니다.
작년 겨울을 난 파가 있길래 뽑아드렸더니 좋아라 하십니다.
4층에 사시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 집사님께서는 산에서 구절초를 캐다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집 앞에 놓고 갈테니 심으라고 하시네요. 농사짓는 곳이 산속이라 날마다 오고가신다는군요.
마땅한 공간이 없긴 한데 그 마음 받아줄 자리 하나 비집고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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