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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447】크게 자신 있게 쭉쭉 틀려도 괜찮아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 저는 철모르는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서 '만장'인가 뭔가를 쓰는데, 잘 안 써지는지 낑낑대다가 저에게 붓과 무슨 한문이 적힌 쪽지를 주면서 써보라고 하는거에요.(초등학교 4학년짜리 상주에게)
제법 글씨 장난을 쳤던 저는 붓 대롱까지 먹물을 둠뿍 찍어서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갈겨버렸죠. 동네사람들이 잘 썼다고 박수를 치고... 그리고 나서 동네 할아버지에게 대지팡이로 대갈통을 쎄게 맞았지요. 지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울어야 하는데, 뭐하고 있는 거냐고...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붓을 맡긴 분도 떡이 되도록 혼났어요.
지금까지도 "큼직하게 잘도 썼다. 크게 될 놈이여."하던 어른들의 말이 생생해요. 그래서 저는 정말 제가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다 잘 하는 줄 알았어요. 크게 될 놈이라는 말만 믿고 지금까지 글 쓰고 그림 그리며 살았는데 배만 불룩 커졌을 뿐입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이왕 여기까지 와 버린 것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크게 안되더라도 열심히 사는 수 밖에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마다 "크게! 자신 있게! 쭉쭉! 틀려도 괜찮아!" 하고 옆에서 외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비결은 그것이에요. 크게 자신있게 쭉쭉 틀려도 괜찮아! ⓒ최용우 20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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