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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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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복제에 관한 윤리적 반성과 전망
(An Ethical Reflection and Prospect on Cloning technology)
박 종 균(기독교윤리·한남대 겸임교수)
Ⅰ. 들어가면서
Ⅱ. 동물체 복제와 윤리
A. 동물체 복제 기술
B. 동물체 복제의 유용성
C. 동물체 복제의 윤리적 문제
Ⅲ. 인간 복제와 윤리
A. 인간 복제 기술
B. 개체 복제의 윤리
C. 치료용 배아 복제의 윤리
Ⅳ. 인간 복제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성
Ⅴ. 반성에서 실천으로
Ⅵ. 나오면서
참고문헌
Ⅰ. 들어가면서
지금 인류는 유전자 복제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96 년 최초의 복제양 돌 리가 태어날 때만 하더라도 생명공학자 들 사이에서는 인간복제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 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종의 차이를 뛰어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여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후 곧바로 생쥐, 소, 원숭이가 복제되는 바람에 복제에 있어서 종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인간 복 제는 생쥐 복제보다 쉬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미 래의학자 제프리 피셔는 2009년이면 인간복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과학자들은 그보다 앞서 가고 있다. 시카고에서 인공수정을 연구해온 물리학자 리처드 시드 는 벌써 2년 전에 인간복제의 실험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시 드 박사의 계획에 따르면 조만간 시카고에 복제 어린이를 만 들 수 있는 인간복제병원을 설립한다는 것이며 인간복제에 참여하려는 뜻을 가진 4쌍의 부부를 이미 확보해놓았다는 것 이다. 이제 생명 복제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 을 정도로 하나의 과학적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나의 신 비로 알려진 생명창조의 실타래가 벗겨지면서 이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을 넘어서 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아기공장'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 측하고 있다 이는 분명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혁명적 패러다임의 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 역시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생명 복제 기술을 단순히 과학의 눈으로만 보 아서 안 되며, 오히려 인간 전체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지혜 가 요청된다. 다시 말해, 생명체 복제 기술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를 우 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음이 바로 생명체 복제에 대한 윤리적 평가라 할 수 있다. 이 물음에 답하자면 생명복제가 인류에게 주는 의미를 먼저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논의될 것이며 마지막으로 사변적 정서 적 차원을 뛰어넘어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적 전망이 고찰될 것이다.
Ⅱ. 동물체 복제와 윤리
A. 동물체 복제 기술
동물체의 복제란 인위적 조작과정을 통하여 표현형(외모) 과 유전형질이 동일한 복수의 동물을 생산하는 세포 및 발생 공학 기술을 총칭한다. 그러므로 자연발생적인 일란성 쌍태 아는 이 범주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동물 복제술은 학자 에 따라 공여핵(Doner nuclei) 의 근원에 따라 광의로 배자 복제(Embryo cloning)를 포함하기도 하며, 협의로는 성체세 포 복제로 한정하기도 한다. 만일 동물 복제의 정의를 성체세 포 복제로 국한한다면 월머트 박사가 개가를 이룬 돌리가 유 일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세포를 공여핵으로 이용하든 지 그 과정은 거의 동일하며, 복제된 배자(Cloned embryo)를 대리모에 이식하여 복제 동물이 탄생된다는 의미에서 배자 복제까지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동물 복제술은 복제할 원본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크 게 생식세포 복제술과 체세포 복제술로 나눌 수 있다. 생식세 포 복제술은 부화(hatching) 이전 단계의 배자를 예리한 절단 기구를 이용하여 양분 또는 사분한 후 각각 여분의 투명대에 넣고 배양과정을 거쳐 대리모 에 이식하거나 혹은 2-8개 세 포로 분화한 초기 배아에서 투명대를 절개한 후 할구 (blastomere)를 분리해 내 일정 기간 배양하여 대리모에 이식 시켜 동일한 유전형질을 지닌 동물을 복제해 내는 기술을 말 한다.
자연적인 임신의 경우,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이루 고 이것이 2, 4, 8, 16, 32개 세포로 분열하는데, 이 각각의 세 포가 암컷에 착상되면 하나의 개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체외 수정시킨 수정란을 세포 분열 이전에 인위적 으로 나누거나 아니면 분열된 세포를 인위적으로 나눈 후 그 배자를 대리모에 착상시키는 기술이 바로 생식세포 복제술이 다. 이러한 생식세포 복제술은 이미 1993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의료원의 로버트 스틸 먼 박사와 제리 홀 박사에 의 해 인간에게도 적용되어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배자 복제 단 계에 머물렀지 그 배자를 여자의 자궁에 이식시키지는 않 아, 복제된 인간이 탄생한 것이 아니다.
동물체는 난자, 정자, 및 이들의 결합체인 배자 등의 생식 세포뿐만 아니라 체세포도 지닌다. 생식세포 단계에서는 유전 정보를 지닌 핵이 신체의 어느 기관이나 조직으로도 분화가 가능 하지만, 체세포는 이미 그 분화 방향이 결정되어져 있기 에 체세포로부터는 새로운 개체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이제 까지의 세포분화이론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 상식을 뒤엎은 것 이 바로 돌리의 탄생이다. 윌머트 박사팀은 체세포핵 내 DNA 속에서 완벽한 개체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 기술을 우 리는 체세포 복제술이라 부를 수 있다. 돌리의 탄생을 예로 들어 이 기술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6년된 암양 A의 세포 를 채취하여 핵을 분리해 내고, 세포질을 공여하는 암양 B로 부터 난자를 회수하여 핵을 제거한 후, A의 핵을 B의 난자에 이식 시켜 제 3의 대리모인 암양 C에게 이식시켜 A와 유전 형질이 동일한 암양을 생산하게 된다. 생식세포 복제술과는 달리 체세포 복제술에서는 핵을 이식시키는 것이 본질적이기 에 이를 핵이식 복제술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핵이식 복제술 은 난자와 정자의 수정 없이도 개체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 서 무성생식 혹은 단성생식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생 식세포 복제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면 체세포 복제 즉, 핵이식 생명복제가 왜 문제시되는 가. 그것은 생명복제 기술이 함축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특징 들 때문이다. 첫째, 체외수정에서도 일어난 일이지만, 생명의 탄생을 인간이 좌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정자 와 난자의 결합 없이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즉 무성생 식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동일한 유전형질을 지 닌 '생명체'를 수없이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생 명 복제술의 도움으로 태어난 생명체는 그 핵 제공자-원본 인간-와 유전인자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다섯째, 생명 복제술 을 인간에 적용할 경우 인간을 복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여섯째, 이미 그러한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듯이, 생명 복제술 이 유전공학과 결합하게 되면 새로운 유전형질을 지닌 생명 체를 인간이 '창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B. 동물복제의 유용성
단순한 동물 복제는, 멸종위기의 희귀종 동물의 보존을 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류에게 아무런 이득을 제공하지 않 는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은 동물을 복제하고자 하는가. 복제 는 동일한 것을 무한히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그 특성 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우리는 이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있 을 것이다. 인류에게 유용한 특성을 지닌 동물은 자연적으로 내버려두면 그 번식에 한계가 있지만, 인간이 인위적으로 복 제할 수 있다면 그러한 동물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는 장 점이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자 변형 동식물을 만들어 내고 이를 복제술을 통 해 대량생산해 낸다면, 인류의 식량난이나 질병 치료에 획기 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미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 센타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백혈구 증산 인자 'G-CSF' 를 지닌 젖을 생산해내는,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를 출산시 켰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의학적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인간 장기'를 지닌 동물을 만들어내게 되면, 동물은 그야말로 하나의 의약품 공장(bioreactor)역할로 손색 이 없을 것이다.
1. 우량 동물의 번식과 보전
우리 나라 젖소는 하루에 우유를 평균 20㎏정도 생산한다. 그러나 젖소 가운데는 하루에 70 ㎏의 우유를 생산하면서 질 병에도 강한 것이 있다. 이런 소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형질을 가 진 소인데 국내에서 이런 젖소의 새끼를 받으려면 마리 당 1백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수정란을 복제한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새끼를 얻을 수 있다. 젖소뿐 아니라 뛰어난 경주용말, 우수한 애완견 등도 새끼를 얻으려면 상당한 금액 을 지불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자연적인 생식방 법으로는 양친(혹은 그 중 하나)과 똑같이 우수한 형질을 지 닌 새 끼를 얻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수정 과정에서 배우 자의 유전인자가 섞여 들어가며 무엇 이 어떻게 발현될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세포복제방법을 사용하면 어느 모로 보나 똑같은 형질을 가진 새끼를 얻을 수 있기 때 문에 우량 동물의 대량 번식이라는 면에서 엄청난 이점이 있 다.
2, 멸종 종들의 보전
시베리아 호랑이나 중국의 팬더 등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많은 동물 종들 이 그렇게 될 것으로 예 상된다. 특히 팬더와 같은 동물들은 동물원에서도 교배를 시 키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자칫하면 후손을 얻지 못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인공수정 방법, 나아가 체세포 복제기술을 사용한다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종들을 대량으로 번식시키 고 보전할 수가 있다.
3. 특정 영양물질의 생산
우유는 송아지에게는 이상적인 영양물질이지만 인간의 유 아에게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유아에게 제 공되는 조제분유는 여러 가지 특수한 처리를 거치게 된다. 그 러나 유전자 조작된 소는 인간의 모유와 유사한 우유를 제공 할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 이런 소를 만든다고 해도 한 번에 단 한 마리밖에 만들 수 없으며, 수 없는 시행착오와 실험절 차를 되풀이해야 했지만 체세포복제기술을 통해 같은 형질을 가진 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되어 상업적인 대량 생산 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정상적인 모유 이외에도 특정 단백질을 소의 우유 단백질과 전환시켜 특별한 소비자 에게는 영양성분이 변경된 우유를 공급할 수 있다. 사람들 중 에는 우유의 특별한 단백질에 면역반응을 나타내거나 락토오 스를 분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을 위해 문제가 되 는 성분이 결여되거나 특정성분이 함유된 우유를 분비하는 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4. 치료용 생체물질의 생산
알부민, 인터페론, 인터류킨 등의 치료용 단백질과 생체활 성물질들은 질병의 치료에 유익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그 공급은 부족한 상태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인간의 혈액으로 부터 정제하기도 하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그 원료가 되는 혈액이 AIDS, C형 간염 또는 광우병 등의 감염성 질병에 오 염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세포배양기술로 이런 단백질을 생산 할 수는 있으나 생산량이 극소량에 불과하며 세균이나 효모 를 유전자 조작기술로 변형시켜 대량생산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렇게 생성된 단백질은 정제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형질전 환 동물의 유즙에서는 이런 치료용 생체활성물질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치료용 단백질 등은 외래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젖소에서는 원래 소의 것과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아 이를 분비한다 해도 많은 양을 정제하기가 곤란할 수도 있다. 이는 유전자 적중(gene targeting)방법에 의해 소의 동등한 유전자 부위를 인간의 알 부민 유전자로 대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5. 장기이식용 동물 생산
인간의 장기이식술은 불치, 난치의 질환을 치료하는 확실 한 수단으로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어 이제는 일반치료술로 인정받고 있으며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 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장기공급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이를 해결할 만족스런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장기부족 문제 를 해결하는 데는 의공학적 접근법에 의한 인공장기의 개발 과 형질전환 동물의 생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 등 이 종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면 이종항원에 의한 거부반응이 일 어나 이식이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이종항원을 유전자조작기법으로 사전에 파괴하거나, 이식 후 인간면역세 포와 반응하는 장기 세포의 반응도를 떨어뜨리는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해서 인간에게 이식해도 별 문제가 없는 형질전 환동물 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만든 동물을 체 세포복제기법으로 복제한다면 많은 수의 이식 가능한 장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6. 질병 모델 동물의 생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질병 연구는 한계가 있으므로 연구자 들은 각종 동물 모델을 만들어 그 병을 연구하려는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지금까지는 돌연변이나 우연에 의지해 왔지만 유전자조작기법을 적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동물에서 원하는 질병모델동물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암을 가진 쥐나 당뇨병, 파킨슨병을 가진 생쥐 등을 만들어 이를 체세포 복제기법으로 대량생산한다면 연구에 쓸 수 있는 질병 모델 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며 이는 해당 질병의 연구와 치료 제의 개발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또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 을 할 때 각 개체간의 다양한 유전형질의 차이로 인해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근친교배로 순계혈 통의 실험동물을 얻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체세포복 제기술은 한결 쉽고 간단하게 동일한 유전형질을 가진 실험 동물을 대량생산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실험과 연구를 가능하 게 할 것이다.
7. 기초과학 분야
동물 복제는 개체발생과정의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개체 발생은 하나의 수정란으로부터 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을 의미한다. 이는 곧 세포의 기능 분화 과정이다. 이 기능 분화 과정(differentiation)의 이해는 암, 당뇨병 등 각종 퇴행 성 질병, 심지어 노화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아가 이 과정의 이해는 생명이란 무엇 인가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보다 진전된 해답도 제공 해 줄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분화이론은 세포가 분화하기 시작 하면 세포의 핵 내 유전자(DNA)에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변 화(비가역적인)가 생겨 이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 다. 그러나 복제양 돌리의 성공은 이 이론을 허물어뜨렸으며 세포의 기능 분화 과정에 관한 이해를 한 단계 더 높였다. 또 이런 실험들을 통해 개별 유전자가 어떻게 생체 내에서 전개 되며 발현하는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는 미래의 생물학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될 것이다.
C. 동물체 복제의 윤리적인 문제
동물체 복제는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윤리적 문 제를 중심으로 논의해보자. 첫째, 동물복제기술은 생태학적인 물음을 야기한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동물 복제의 경우 필연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지닌 개체의 복 제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유전자 변형 동물 복제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할 것이다. 이는 곧 자연에 새로운 유전 자를 지닌 동식물 종의 출현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특정 유 전자를 지닌 동식물의 무한 복제로 유전적 다양성의 훼손을 가져올 것이다. 자연을 원자론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 체로 간주할 경우, 새로운 유전형질을 지닌 생물 종의 출현이 나 생물 종의 다양성 훼손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특히 유전자 변형 식 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 은 단계에서 쉽게 이를 허용할 경우, 질병 감염 등과 같은 예 측 불가능한 사태가 우리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다. 원숭이나 쥐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의학적으로 거부반응이 없도록 만들 어진 동물 장기조차도 인간에게 이식될 경우 그 장기가 어떤 질병을 전염시킬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둘째, 동물복제기술은 동물의 권리에 반하는 기술이다. 그 러나 앞서 살펴본 첫 번째 윤리적 반론은 하나의 실천적 반 론이다. 다시 말해, 동물 복제기술은 실천적으로 이득보다 손 실이 크기 때문에, 그리고 그 손실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유전공학과 생명복 제기술이 발전하여 이러한 실천적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면, 동물 복제는 윤리적으로 허용가능한가. 일부 생명옹호론 자들은 비록 실천적 부작용이 없다해도 생명 복제는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번째 반론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생명 복제기술은 동물의 복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비단 동물 복제술에만 해당되는 물음이 아니라 동물 실 험 전반에 걸쳐서 제기되는 윤리적 물음이다. 실제로 로슬린 연구소는 276번의 체세포 핵 이식 복제를 실험한 후 277번째 드디어 돌리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동물을 대상으 로 삼아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였음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에 게 낯설지만, 이미 서구에서 1970년대부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동물 해방과 권리 운동'(animal liberation or animal rights movement)은 이런 실험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왜냐 하면 이는 종족주의(speciesism)라는 또 하나의 차별이기 때 문이다. 종족주의란 "인간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가정 에 근거하여 인간이 다른 동물 종을 착취하거나 차별하는 것 "을 말한다. 인종이나 성을 근거로 한 차별이 도덕적 정당성 을 얻기 어렵듯이, 단지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종족 주의 역시 도덕적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동물복제기술은 자연의 질서에 반한다. 동물복제에 대한 마지막 반론은 자연의 질서에 토대를 두고 있다 즉, 생 명 복제는 자연의 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는 안 된 다는 주장이다. 이 반론은 사실 다음 네 가지 명제를 가정하 고 있다: 첫째, 자연의 질서가 존재한다. 둘째, '자연적'과 '비 자연적'이 구분 가능하다. 셋째, 동물 복제는 비자연적인 것 에 속한다. 넷째, 비자연적인 것을 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네 가지 명제 중 어느 하나라도 거짓으로 밝혀 지면 자연의 질서에 근거한 반론은 그 설득력을 잃게 된다. 여기서 첫째 명제는 자연의 질서 존재 여부에 대한 형이상학 적 물음과 그 질서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인식론적 문 제를 낳는데, 이는 경험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그 래서 동물 복제를 옹호자들은 주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둘째 명제와 셋째 명제를 공략한다. 둘째 명제는 다시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론적 구분가능성이요, 다른 하나 는 실천적 구분가능성이다. 이론적 구분가능성을 인정한다 해 도, 그것이 실천적으로 구분 불가능하다면 둘째 명제는 그 정 당성이 의심받게 된다. 한 예로써, 새가 나무부스러기를 주어 다가 집을 짓는 행위에 대해 자연적이라고 부르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인간이 통나무로 집을 건축하는 것은 자 연적인가 아니면 비자연적인가. 어떠한 답을 내리든지 간에, 그것은 자연에 대한 자의적인 정의에 근거하여서만 가능할 것이다.
설사 '자연적/비자연적'의 구분이 이론적, 실천적으로 가 능하다 해도, 동물 복제는 비자연적인 것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왜냐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임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이 먹고 마시고 또 배설하는 행위뿐 아 니라 생식활동도 모두 자연적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활동 가운데 자연적이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일부 학자들은 인간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활동 역시 자연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동물 복제 반대자들이 자 연 질서에 근거한 반론은 본래적인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자 연과의 부조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 반론은 결국 첫째 반론인 생태학적인 반론으로 환원되게 된다. 다시 말해, 동물복제가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지의 여부 물음은 실 제로 동물 복제가 생태계 및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실천적 물음에 의해 밝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의 질서에 어긋나기 때문에 동물 복제는 허용되어 서는 안 된다는 반론은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설사 동물 복제가 비자연적인 범주에 속한다 할지라도 복제 옹호자들은 왜 단지 비자연적이라고 해서 인간에게 유익한 것을 행하지 말아야 하는가 라고 반문 할 수 있다.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그 입증의 부담이 반대자들에게 있듯이, 동물 복 제의 경우도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인간에게 상당한 유익을 가져다준다면, 증명의 부담은 반대자들에게 있다고 하 겠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이 아닌 동물 복제의 윤리적 허용가 능성 물음을 실천적 차원과 이론적 차원으로 나누어 고찰했 다. 적어도 이론적 차원에서는 동물 복제에 반대할 논거를 찾 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천적 차원에서 동물 복제와 유전자 조작 동물이 생태계와 인간 생명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이 사 실이다. 생태계는 파괴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니며, 인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화 되어 있기에, 일단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전세계적 인 규모로 확대되어 방지가 어렵다. 따라서 비록 이론적 문제 점이 없다할지라도 동물 복제에 대해 우리는 가급적 신중을 기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즉, 동물 복제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질 때까지는 동물복제, 특히 유전자 변형 동물 복제에 대한 상용화를 엄격하게 규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Ⅲ. 인간복제와 윤리
A. 인간복제 기술
인간복제라는 말은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생명복 제기술을 인간에게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복제에 관한 예비적 고찰로서 간단한 개념 구분이 필요하다: 인간복제 복 제의 결과에 따라 배아 복제(embryo cloning)와 개체 복제 (individual cloning), 복제의 목적에 따라 생식용 인간 복제 (the reproductive human cloning)와 치료용 인간 복제(the therapeutic human cloning)로 구분된다.
1. 배아복제(embryo cloning)와 개체복제(individual cloning)
일상적인 인간 생식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을 이루고 이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어 태아 단계의 과정을 거 친다. 배아란 일상적으로 수정란과 그 이후의 발전 단계를 총 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전문적으로 과학자 세계에서는 수정 후 2주부터 인간의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8주까지 발전 된 단계를 일컫는다. 하지만 배아 복제에서의 배아란 엄밀히 말해 전배아(pre-embryo), 즉 착상 이전의 수정란을 말한다. 그러니까 임신 시작에서부터 원시선(the primitive streak)이 출현하는 수정 후 14일까지의 배아를 우리는 전배아라 부른 다. 이 정의에 따를 경우 배아 복제는 착상 이전까지의 전배 아의 복제를 의미한다. 반면에 개체 복제란 이러한 배아를 여 자의 자궁에 착상시켜 하나의 완전한 개체가 이 세상에 태어 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2. 생식용 인간 복제(the reproductive human cloning)와 치료용 인간 복제(the therapeutic human cloning)
이는 인간 복제를 그 목적에 따라 나눈 분류로서, 전자는 순전히 새로운 개체를 이 땅에 출산시키려는 목적으로 행해 지는 인간 복제를 말한다. 반면에 후자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 해 새로운 인간을 복제하는 것을 말한다. 소위 기간세포를 이 용한 세포이식 치료나 노화문제 해결 혹은 절단된 팔을 재생 시키기 위한 인간 복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치료적 인간 복 제는 배아 복제를 필연적으로 요구하지만 태아나 개체 복제 를 필연적으로 함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생식용 인간 복제 기술은 인간 개체를 복제하는 것이고,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한 복제기술은 치료용 인간 복제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B. 개체 복제의 윤리
개체 복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윤리적 물음을 야기한다. 하나는 개체 복제가 윤리적으로 허용가능한가의 물음이요, 다 른 하나는 복제된 인간의 존재론적 지위 물음이다. 물론 이 두 물음은 논리적으로 구분 가능하지만 실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여기서는 후자의 물음을 고찰하면서 전자의 물음을 다루고자 한다.
우선 우리는 복제된 인간은 원본 인간과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한가라는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이미 밝혔듯이, 복제된 인간은 핵 제공자인 원본 인간과 그 유전자가 동일하다. 그러 나 복제된 인간은 원본 인간으로부터 모든 DNA를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 양은 미미하지만 공여난자의 세포질 내 에 존재하는 유전자, 즉 미토콘드리아 DNA가 복제 인간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 제공자와 공여난자 제공자가 동일 여성인 경우 복제 인간은 그 원본 인간으로부터 모든 유전정보를 물려받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신모 까지 동일인인 경우 복제 인간과 원본 인간은 적어도 유전학적인 차원에서는 구분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복제 인간 역시 원본 인간과 시간차를 두고 독 립된 실체로 이 세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기에 그 개체성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개체성은 유전자에 의해 서 단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시간성과 공간 성, 즉 역사적 현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간 간격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성장 환경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성격 이나 개체의 유사성은 그만큼 더 독립적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체의 출현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보아 야 하는가. 우리는 이에 대하여 복제된 개체의 출현을 긍정적 으로 보는 세 가지 관점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는 기술론적 접근(the technological perspective)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복제 기술 역시 하나의 가치 중립적인 기술에 불과하 다. 따라서 인간 복제의 윤리는 복제 기술을 이용하는 복제자 의 의도나 동기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둘째는 자유주의적 접 근(the liberal perspective)이다. 이 관점은 인간의 권리와 자 유의 맥락에서 인간 복제 물음에 접근한다. 따라서 인간 복제 는 개인의 생식 자유를 실현 시켜주는 또 하나의 보조 생식 기술에 지나지 않다. 복제 기술은 자연의 한계를 극복해 줄 뿐 아니라 여자로 하여금 성교나 남자의 필요로부터 해방시 켜 준다는 것이다. 즉, 이 관점에 따를 경우 인간 복제는 전 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맡겨진다. 셋째는 사회 개량론적 접근 (the meliorist perspective)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유전적 질 병의 예방, 최적의 아기 출산, 선천적 능력의 향상 등 사회를 개선시키는 데 인간 복제가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다. 따라서 개량론적 접근에서는 사회를 개량시키는 데에 인 간 복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도덕적 의무가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접근은 인간 복제의 윤리를 각각 동 기나 의도, 권리나 자유, 이득과 해악 등의 문제로 환원시켜 서 고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들은 생명의 탄생이 갖는 인류학적, 사회학적, 그리고 존재론적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 즉, 인간 복제가 갖는 인류학적 의미가 무엇이며, 사회 학적 의미가 무엇이며, 나아가 존재론적 의미가 무엇인가 하 는 물음에 대한 답변에서 그 윤리가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물음에 답하자면, 인간 복제가 출생의 범주에 속하기에 출 생이 갖는 의미를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적인 출산은 남자와 여자의 성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엄마와 아 빠의 자식이 태어난다. 이러한 '유성생식(sexual reproduction)'은 인간이 선택한 방식도 아니고 또 문화나 전 통의 산물도 아닌 포유동물이 취하는 하나의 자연적인 생식 방식이다. 인간 복제는 유성생식이 아니라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이라는 데서 전혀 다른 새로운 생식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생식 방식의 차이로 그치지 않고 인간 삶에 전 혀 다른 의미를 제공한다. 무성 생식이기에 복제된 인간은 ' 한 쪽 부모 아이'(the single-parent child), 또는 '부자 쌍둥 이'(father-son twins) 내지 '모녀 쌍둥이'(mother-daughter twins)가 되는 것이다.
개체 복제가 갖는 윤리적인 문제의 첫째는, 원본 인간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복제된 인간은, 비록 개체성을 지닌다 해 도, 자아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쌍둥이 '부'나 '모'와 유전자형이 동일하고 또 성과 외모가 같을 뿐 만 아니라 성격마저 상당 부분 유사한 경우, 복제된 인간은 독립된 개체로서의 고유성 내지 개성의 상실감을 맛볼 것이 다. 이런 상실감은 개인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위기 의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부모가 한 쪽밖에 없는 복제된 인간의 경우 복제되지 않은 다른 쪽 부모에 대한 이질감이 불가피하 리라 생각된다. 목적론적 존재로서의 나는 없어지고, 부모의 바램에 의해 내가 만들어졌다는 의식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복제된 인간은 복제하는 인간의 비인간성의 산물이며, 복제된 인간과 복제하는 인간과의 평등성은 실현될 수 없는 가치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인간 정 체성의 혼란뿐 아니라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인간 소외를 낳을 것이다. 특히 인간 복제가 완전히 실현되면 생식 에 있어서 남성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성의 성적 정체성이 소외될 것이며, 그 결과 남녀가 서로에게서 소 외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둘째, 인간의 생식을 태어남의 개념에서 제조의 개념으로 바꾸어 놓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이미 체외수정과 배아에 대 한 유전자 진단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체외수정에 의한 생 식은 적어도 서로 다른 두 남녀 유전자의 결합에 의한 것이 나, 인간복제술은 한 개체의 유전자 복제라는 점에서 이 둘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복제술로 인해 복제된 인간의 유전자 청사진은 인간에 의해 선택되고 결정된다. 인간 게놈 프로젝 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되어 유전자 지도가 그려 지면, 인간 복제술은 원하는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 것이 다. 이런 의미에서 복제된 인간은 '고안 아기'(designer children)라 불리어질 수 있다. 이런 인간 제조는 그 생산품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비인간화를 낳을 것이다. 왜냐하면 복 제된 아기는 그 부모의 원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 다.
더 나아가 인간 복제술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흡수되면 ' 아기 공장' 내지 '아기의 상품화'의 시대를 도래시킬 것이다. 아기 상품화는 필연적으로 생산품의 품질에 대한 등급 매김 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인간 평등의 이념에 정면 대치된다.
셋째, 복제 인간과 핵 제공자 인간 사이의 관계가 혼란스 러워 지는데 있다. 복제 인간은 핵 제공자 인간과 어떤 관계 에 놓여 있는가. 부모-자식의 관계인가. 아니면 시차를 둔 쌍 둥이인가. 부모 자식 관계로 보든지 아니면 쌍둥이로 보든지, 인간 복제는 결국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관계에 상당한 변화 를 가져올 것이다. 즉, 한쪽 부모만 지닌 자녀의 양산은 전통 적인 의미의 가족 관계를 붕괴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 복제의 경우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남자가 아기의 아 버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이 남자의 동생과 아기 사이의 관 계는 어떻게 되는가. 일상적인 의미로 삼촌이라 할 수 있는 가. 이렇게 되면 친자나 직계 비속 개념의 혼동이 야기되어. 법적인 측면에 있어서 재산권의 분할 및 상속권 개념에도 혼 란이 일어날 것이다.
넷째, 근본적으로 복제된 인간의 자율성을 훼손하는데 있 다. 친족 관계의 물음뿐 아니라 인간 복제술은 부모 자녀 관 계의 의미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태어난 아기는 그 부모와 유전적 독특성과 독립성을 아울러 지닌다. 이는 그 아기가 결코 전에는 살아보지 못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감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아기가 부모의 아기가 아 님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 복제는 생식을 태어남에서 제조 로 바꾸어 버렸다. 제조에는 언제나 의도가 개입된다. 따라서 복제된 아기는 유전적 독립성을 상실하여 부모의 소유물로 전락하여 복제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복제는 본래적으로 독재적(despotic)이다. 왜냐 하면 복제는 자기 '형상'(image)을 닮은 자기 아기를 만들려 할뿐만 아니라 그 아기가 복제하는 자의 의지에 따라 미래 삶을 살아가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독재는 온순 하고 자애로울 수 있으나, 일부의 경우에는 독재가 불행한 결 과를 낳을 수 있으며 심지어 폭군 같을 수도 있다. 그것이 자 애롭던지 아니면 폭군 같은지 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지배라 는 전제주의는 자유의 이념을 앗아가 버릴 것이다. 즉, 인간 복제는 예비 아기의 자율성을 그 복제자가 침해하는 결과를 낳다. 그래서 인간 복제를 '천부적 인권파괴', '인간의 종말' 을 가져오는 행위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C. 치료용 배아복제의 윤리
배아를 복제하는 이유는 복제된 배아를 이용하여 암과 같 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치료용 배아 복제는 언제나 복제된 배아에 대한 연구 를 필연적으로 함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전배아의 도덕적 지위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복제된 배아의 도덕 적 지위는 체외 수정된 배아의 그것과 동등하다. 그런데 체외 수정시 실제로 하나의 수정란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착 상의 효율성 탓에 여러 배아를 만들어 내고 또 유전적 질병 유무를 검사하기 위해 배아를 대상으로 착상 전 산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이미 전배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루 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대체로 수정 후 14일까지의 전배아에 대한 연구를 허용하는 실정이다. 인간의 배 발생과정을 살펴 보면 정자와 난자가 하나의 수정란으로 합쳐지고 유사분열 로 둥근 세포덩어리를 형성한다. 세포가 분열을 계속하면서 수정란은 속이 빈 둥근 포배가 된다. 일반적인 동물의 발생과 정에서 포배기의 세포는 분열하고 움직이고 죽기를 계속하면 서 다음 단계인 낭배를 형성한다. 수정후 2주가 되면 비로소 배아(embryo)가 되고 배아시기 동안 모든 장기가 형성된다. 수정후 8주가 되면 태아(fetus)가 되는데 이 시기에는 단순히 장기가 양적인 단순성장을 하게 된다. 따라서 수정 후 2주가 중요한 시기가 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언제부터 세 포의 덩어리가 하나의 개체성을 획득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다. 일반적으로 개체성은 원시선의 출현여부로 판정될 수 있 다. 따라서 세포의 덩어리에서 개체성을 획득하는 경계가 원 시선이 출현하는 수정 후 14일이며, 14일 이전의 초기 배아 단계는 단순한 세포의 덩어리 상태로 판단돼야 한다는 생각 이다.
착상 전 배아가 도덕적 지위를 지니지 못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개체성이 착상과 더불어 시작된다는 주장에 그 근거 를 두고 있다. 논의를 위한 가정으로, 수정 순간 인간 개체성 (A)이 확립된다고 하자. 그런데 생물학적 과정으로 착상 시에 이 수정란이 일란성 쌍둥이 배아로 착상되었다고 하자. 이렇 게 되면 한 아기가 두 아기 B와 C가, 즉 한 개체가 두 개체 가 되었다는 말이 된다. 이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쌍둥이화 현상은 착상 때 일어나며 이후에는 그 개체가 불변한다. 이는 결국 전배아는 미결정 단계로서 여러 개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음을 보여 준다. 원시선이 출현 해야 비로소 하나의 개체가 형성되는데, 14일 경 착상 때 이 원시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전배아 는 비록 인간 유전자를 지녔다 할지라도 아직 하나의 독립된 개체성은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체성의 확립이 윤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주 장을 받아들인다면, 전배아는 아직 인간 개체가 아니므로 도 덕적 지위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두 개체로부터 유전자를 물 려받아 전혀 새로운 유전자를 지닌 전배아 조차 도덕적 지위 를 지니지 못한다면, 유전적 독립성조차 지니지 못하는 복제 된 배아는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해 분노를 표명하고 있다. 그것은 수정 순간에 인간 개체가 형성된다는 믿음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중대한 물음에 봉착한다. 배아복제 옹호자들은 생명권이나 인간존엄성은 개별 인간에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비록 새로운 유전자라 할지라도, 유전자 자체는 존중 받을 가치가 없고, 오직 인간 개체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다. 그러나 기독교적으로 이 주장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수 정란이 자라서 결국 인간이 되기 때문에 전배아가 비록 인간 의 개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인간 개체가 될 잠재 성을 지니기 때문에 다른 존재와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 고 여겨진다. 물론 여기엔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신학 적인 물음이 내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체외 수정 시에는 잉여 배아의 파괴나 연구용 실험을 허용하면서 복제 된 배아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 인간의 생명을 저버린다는 이 유로 인간 복제를 반대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충분히 있 다. 즉,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배아 복제에 반대하는 것과 똑같이 체외수정 때 인간 배아에 대한 산전진단을 비롯 한 다양한 검사와 실험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반대해야 할 것 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다. 윤리학은 실 천의 학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배아 복제가 갖는 실천적 함의 를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윤리학자, 종교인, 시민들은 배아 복 제의 허용은 곧 태아 복제 내지 개체 복제로 나아갈 가능성 을 염려하고 있다. 배아 복제, 태아 복제, 개체 복제 등은 하나의 연속선을 그린다는 것이며 배아 복제가 허용될 경우, 비록 논리적 필연은 아니지만, 적어도 실천적으로는 개체 복 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배아 복제에 관한 제도적 보 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배아 복제 허용은 인간 개체 복제라는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인류 사회에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Ⅳ. 인간 복제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성
기독교 신앙이 단순한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세 계관으로서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친 다는 점을 상 기한다면, 생명복제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논의 역시 매우 유 의한 작업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 교이다. 즉, 기독교는 생명을 초월적인 하나님의 선물로 간주 하여 존엄하게 여긴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보면 생명은 어디 까지나 하나님의 절대주권 하에 있다. 기독교에서는 생명 복 제의 문제를 제기하기 앞서 생명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우선 인간의 생명의 본질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 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 2: 7). 코에 불어넣은 하나님 의 생기는 인간 생명의 영혼이며, 그래서 인간 생명은 신성하 다. 생명의 기원이 인간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침해는 곧 하나님께 대한 침해이다. 둘째, 인간 은 육체성의 결합체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 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 고"(창1: 27). 창조주 하나님의 모습을 닮게 사람을 만드시되, 남자와 여자라는 양성 구조로 구분하여 서로 결합되어야 할 운명적 존재로 만드셨다. 셋째, 신성한 인간 생명은 인간의 소유물일 수 없고 다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발적으로 부 여한 선물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 선물인 생명 의 관리자로 삼으시고 그 관리자에게 충성을 요구하시는 것 이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 께 영광을 돌리라"(고전 6: 19-20). 넷째, 하나님의 형상인 인 간 생명의 신성성에서 하나님의 자녀다운 그의 품위가 자연 스레 흘러나온다. 이런 인간의 품위는 인간이 갖는 생명성의 목적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 즉, 완전한 그리스도를 닮아, 하 나님의 자녀로 되는 것이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 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 라"(롬8: 29). 다섯째, 인간은 앞으로 부활 영광의 후보자이며 평범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물려받을 상속자이다. "그러므로 네가 이 후로는 종이 아니요 아들이니 아들이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4: 7).
기독교 생명윤리는 이상의 성서적 인간이해를 불변하는 보편적 기초로 삼는다. 인간 생명은 세계 안에서 다른 어떤 것과도 교체될 수 없는 의미를 지닌 유일한 존재다. 생명은 절대적 가치다. 다른 어떤 인간도, 집단도, 조직도 어떤 이유 로도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 인간 생명의 초월성은 하나님의 그것처럼 절대적 의미에서의 초월성은 아 니지만, 인간 이하의 실재들과 비교할 때 그는 존재론적으로 가치론적으로 초월적이다. 이점을 무시하는 사고는 결국 비인 간화의 길로 귀결되고 만다. 존엄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복제 한다는 것은 바로 이 하나님에 대한 도전행위에 해당된다. 인 간 복제가 기독교 윤리적으로 비판되는 주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복제는 인간 생명이 혼인한 부부를 통해 자연스 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인공적인 조작으로 이루어지기에 혼인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를 원칙적으로 거스 르는 행위라는 것이다. 둘째, 인간복제 행위는 하나님이 인간 을 남녀로 갈라 성을 부여하여 성적 결합에 의한 생식 세포 의 결합으로 생명 전달을 배치하였는바, 남녀 양성에 의한 생 명 질서를 근본적으로 어지럽게 하는 행위다. 인간의 난자를 임의로 추출해서 핵을 제거하고 세포의 유전인자와 융합시킨 다음 또 다른 인격체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다는 것은 여 인의 자궁을 하나의 대체된 기계처럼 사용함으로써 여성의 존엄과 품위를 모독하는 행위다. 셋째, 인간복제행위는 하나 님만이 갖는 배타적 권한인 인간의 개체적 존재의 자연적 결 정을 무시하고, 인간을 임의로 여러 인간 생명의 운명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장난'을 하는 행위이다. 특히 수정란 분할 복 제의 경우 원초적 인간 생명인 수정란을 실험용 재료로 마구 사용함은 수태 순간부터 보호되어야할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 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넷째, 복제 실험은 부모에게서 자연 스럽고 품위 있게 탄생해야 할 천부적인 자녀의 권리를 원천 적으로 빼앗고 있기에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원천적으로 모독하는 행위이다. 이 실험은 하나님의 선물인 자녀를 자유 로운 독립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기성 인간의 소유물로 간주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끝으로 '복제된 인간도 인간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데, 인간은 육체와 영혼의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인격적 특성은 그 육체성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성, 즉 다양한 경험과 그 속에서 자아 선택의 훈련을 통해 자아 를 실현해나가기 때문에 결코 경험이나 가치관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유전인자가 동일하다고 해서 복제된 인간 이 원본 인간과 정신적 특징까지 같을 수는 없다. 결국 복제 된 인간도 고유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본 인간과 똑같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해야 할 것이 다. 계획된 의도든 우연이든 일단 태어난 생명은 하나님의 선 물로 받아들여 보호해야 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임무이다. 그 것은 우리가 기형아, 신체적 정신적 장애아, 사생아도 하나님 의 전체적인 섭리 하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스스로 가 그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초대된 존재로 받아들 이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Ⅴ. 반성에서 실천으로
인간복제의 문제는 거칠게 요약하면, 과학기술과 종교나 윤리의 대립이며, 과학적 성공주의와 도덕적 붕괴에 대한 우 려의 대치이며, 곧 효용성과 도덕성과의 갈등이다. 그러나 종 교적·윤리적 혐오가 아무리 커도 지금까지의 문명적 자취를 상기했을 때 과학의 폭격 앞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단지 인간의 존엄성 파괴의 가능성과 그것의 결과가 가져올 위험을 내다보면서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세계적인 시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연대된 시민들의 힘으로 경제-과 학기술 지상주의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생명 복제기술은 인류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측면보다 는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측면이 훨씬 크 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에는 거대 기업이 이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통해 기술발전 방향을 통제한다. 달리 말해 인류를 위한 순수 한 학문적 연구가 아니라 거대 기업과 연구자 개인에게 부를 안겨다 주는 산업적인 측면이 강하는 말이다. 이윤추구가 생 명과학 연구의 근본적 모티브가 되고 있으며 과학은 전지구 적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또 하나의 영역일 뿐이다.
복제기술을 포함한 생명공학이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만 작동될 때, 경제적인 중심적 권력에서 소외된 일반 시민들은 과학적인 영역에서부터 소외된다. 장차 그 결과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운명에 놓여 있지만, 정작 그 과정은 은폐되어 있다. 대기업, 벤처기업 투자가, 과학엘리트들이 서로 어떠한 연결 고리를 갖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일반 시민들은 잘 알 수가 없다. 복제 양 돌리의 경우도 특허가 등록된 직후에야 정보 를 공개했다. 따라서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 결정과정에 시민 들은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 보호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시민의 기본 권리이다. 시민의 권리는 미리 아는 것이다. 시민의 삶과 직접 관계가 있는 연 구는 미리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연구 결정과정에 능동적으 로 참여하는 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보장되는 것이 시 민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복제가 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며 영혼을 지닌 인간 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짓이며, 유전자의 조작으로 예측할 수 없는 종의 출현과 생태계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 다는 분노와 흥분이 종교·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돌리 탄생 때나 아롱이의 탄생 때도 끓어오른 것이 사실이지만, 일과성 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약간의 시간만 경과해도 세인 들의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나고 마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이다. 종교적·윤리적 관점의 비판이 인간의 양심을 일깨 우는 강한 호소력이 있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가 많다. 과학기술은 다시 과 학자의 전유물이 되고 그 과정과 내용을 알 리가 만무한 일 반 시민들은 과학을 둘러싼 담론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거나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은폐된 담론을 공론화시키고 시민들이 주 체적으로 이 담론에 개입할 여지는 없는 것인가. 과학기술의 인간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선진 사회의 참여 방식이 하나의 대안을 마련해 준다.
예컨대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라는 시민참여 방식이 과학기술정책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과학기 술에 참여민주주의를 도입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는 생명공 학처럼 정치-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과학 기술적 주제에 대 해 비전문가인 보통사람들(노동자, 주부, 학생, 교사 등)이 전 문가와의 조직화된 공개토론을 통해 정리된 견해를 매스컴에 발표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과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 치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은 시민에 게 친근한 것이 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간의 거리가 좁혀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토론의 활성화로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시민문화의 성숙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시민참여의 제도화는 과학과 시민간의 괴리를 메우고 자본의 일방적인 과학기술 지배를 견제하는 민주적 통제의 장치로서, 보다 인 간적이고 생태 친화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자극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Ⅵ. 나오면서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행보를 따라잡기 매우 어 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사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닌 까닭에, 초고속의 사실 세계가 아닌 당위의 느린 세계를 거론하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만 하는 것이 무엇이며 또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 인가"의 물음을 다루는 것은 과학기술의 행보를 뒤따르는 성 찰이며 그것의 영역을 초월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기술 이 가져다 준 생명체 복제에 대해서도 윤리적 물음을 제기하 지 않을 수 없다. 생명체 복제의 물음은 단순히 과학이나 의 학 분야의 전문가에만 맡겨진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에게 중 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수퍼마켓에 산더 미 같은 물건이 쌓여있어 물건 한 두 개 훔쳐도 아무런 문제 가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훔친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난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생명체를 복제할 수 있고 또 생명체 복제 가 우리 인간에게 유용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복제가 윤리적 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의 제기를 무시해선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생명체 복제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 다.
이제까지 생명은 하나의 신비로 우리에게 주어졌지만, 생 명체 복제기술은 이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창조가 아니라 ' 제조된 생명'이란 개념은 우리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 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에 반대하는 것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공학과 의학의 성과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하나 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규범윤리는 어디까지 나 이미 주어진 생명체들 상호간의 관계에 적용되는 윤리인 까닭에 우리는 기존의 윤리론을 그대로 현대의 생명공학이나 유전공학에 적용하여 손쉽게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경솔함을 보여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들에 게는 하나의 사실이 된 생명공학과 의학이 제기 하는 윤리적 물음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윤리'가 요청된다고도 하 겠다. 생명체 복제의 물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다루어질 때 제대로 된 윤리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생명 과학을 둘러싼 심각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과 학자, 윤리학자, 그리스도인을 포함한 모든 종교인, 의식있는 시민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인류 복지를 위한 실천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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