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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키가 안 눌러지고 가끔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안 들린다고 하여 할 수 없이 7년동안 사용하던 핸드폰을 버리고 2년 노예계약으로 '스마트 폰'을 구입했습니다. 윽!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어플을 다운받아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제 눈이 번쩍 뜨였던 어플이 '성경 프로그램'과 '네비게이션'기능이었습니다.
성경책을 읽다보면 글씨가 어찌나 작은지 볼 때마다 미간을 저절로 찡그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글씨가 큰 '큰글씨 성경'을 보는데 그건 또 너무 커서 휴대하기가 불편하고... 아마도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 사람들이 교회에 갈 때 성경책을 안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에 설치한 '성경 프로그램'은 글씨의 폰트 크기도 마음대로 키웠다 줄였다 할 수 있고, 성경 단어찾기 기능도 있고 무엇보다도 한글로 번역된 12가지 성경버전을 서로 비교해가면서 다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책으로 된 성경이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기기 안으로 들어가 그걸 들고 다니게 될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들은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핸드폰을 켜놓고 그 안에 있는 성경을 보면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이러한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충격 받지 말고 마음을 조금만 넓혀서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일저녁 예배를 오후로 옮겼을 때 그렇게도 반대하고 비난했던 분들이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다 오후에 예배를 드리고있는 것처럼, 성경책 대신 핸드폰성경이나 아이패드 성경을 사용하는 것도 결국에는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저도 지난주부터 용기를 내서 예배시간에 핸드폰 안에 설치된 성경을 불러내어 보고 있는데, 글씨의 크기를 내 눈에 맞게 키워서 보니 눈이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찬송가도 핸드폰 안에 들어있어서 악보 그대로 봅니다. 숫자만 누르면 금방 그 페이지로 가니 찾기도 쉬워요.
어떤 남편이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 집에 들어갔더니, 마누라의 얼굴은 퉁퉁부어 있고 손톱을 톱날처럼 날카롭게 깎아 세우고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얼굴을 북북 그을 기세로 화가 나 있더랍니다.
"그래, 그년하고 재미있었어?"
"뭐.. 뭐야... 뭐야? 왜 그래?"
"시치미 떼기는... 어제, 전화했을 때 당신 옆자리에서 현영처럼 콧소리 내던 그년은 누구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고 남편은 웃고 말았습니다.
그년은 바로 '네비게이션'이었습니다.
그동안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딱 다섯마디 뿐인 gps를 사용했는데, 요번에 산 스마트폰 안에 네비게이션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동안 100번도 더 다녔던 길을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한번 가 보았습니다.^^ 네비게이션이 나보다도 더 길을 모르기는 했지만, 안내하는 '그년'의 목소리가 이쁘니 그냥 봐 주기로 합니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해 보니 편하기는 엄청 편한데, 잘못하면 운전자가 기계가 시키는 대로만 따라 하는 바보가 되겠더군요. 그래서... 평소에 네비게이션 그녀랑 오순도순 운전해보고 싶었으니까 앞으로 몇 번만 더 네비게이션을 사용하고... 그 다음부터는 길을 잃었을 때나 그녀를 불러내야겠습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간 줄이 쭈----욱! 그어지고 화살표가 계속 그 길을 따라갑니다. 한번은 요놈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보려고 일부러 골목길로 들어갔더니,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잠시 후에 경로를 재설정합니다." 하더니 한 참 뒤에 새로운 길을 찾아 빨간 색연필로 줄을 쳐주네요.
"여보, 이거 좀 봐... 금방 뒷길을 찾아내는 것을 보니 참 똑똑하구만! 이번에는 저 산길로 들어가 볼까?" 차가 잘 안 다니는 산길로 돌아 들어갔는데도 금방 길을 찾아 표시를 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지요...
"길이 없다고 좌절하는 사람은 내비게이션보다도 못한 사람이다.
저는 지금 스마트폰을 한대 사서 좌충우돌 열심히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용우 cy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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