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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가 되려면 고추를 따라

감사.칼럼.기타 최용우............... 조회 수 2549 추천 수 0 2001.12.23 13: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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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의/아/침   │1994.8.27 /30회(매일)

[생활 속의 따뜻한 이야기]

             "도사가 되려면 고추를 따라"

올 여름엔 3박4일동안 천안에 있는 처갓집에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사실은 말이 휴가지 고추만 실컷 따다 왔습니다.
언젠가 휴가를 해수욕장으로 갔다가 생전처음!!  아가씨 배꼽을
보곤 그만 충격을...정말 제 생전에 철들고 여자 배꼽을 보기는
처음이었거든요. 해수욕장 가득 예쁜배꼽,미운배꼽,털난배꼽,
배꼽,배꼽들이 걸어다니는데 정신이 아득 하더라구요.
그뒤론 다시는 해수욕장엔 안가게 되었습니다.
해서 바쁜 농촌 일손도 도울겸, 씨암닭도 먹을겸 아내의 고향
으로..(헤헤 잘했죠?)

마침 고추를 수확하는 시기 여서 온 식구들이 고추밭으로 달려
나갔습니다.각자 큰 자루를 하나씩 들고 한고랑씩 고추를
따는겁니다.
그런데 그게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더라구요.
한 자루는 금방 땄는데 그다음부터는 허리도,아프고 손도 아프고
덥고,고추가 닿는 부분은 시리고...배도 고프고 ..졸리고..
그렇다고 체면이 있지,못따겠다고 할수도 없고..그러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 나가기 시작 합니다.
빨갛게 잘익은 열매를 거둔다는 설레임이 얼마나 낭만적인
생각이었는지.. 이런줄도 모르고..잉잉!
또 한가지 견디기 힘든 것은 침묵 입니다.가끔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허리를 굽히고 빨간 고추를
따서 자루에 넣는 단순 반복 노동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땀을 소매깃으로 훔치기 위해 고개를 드는순간
올려다본 하늘이 ......아! 탁 트이는 가슴 시원함!

고추를 따면서 침묵가운데 수많은 생각을 합니다.
땀의 가치를 생각하고,땅의 정직함을 생각하고,자연을 생각하고
비바람과 가뭄과 땡볕을 견디어 내고 여물은 열매를
보면서 나의 열매는 얼마나 잘 여물어가나를 생각하며,
침묵으로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것을 생각 합니다...
예수님이 왜 한적한 곳에 가셨으며, 옛날분들이 도닦으려면 왜
침묵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는가를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그리고 농부들의 마음이 왜그리 순박하고 흙을 닮았으며
넉넉한지를 고추를 따면서 조금씩 깨달아 갑니다.
단 하루 고추를 따는 싸이비도 별별 생각을 다하는데 매일매일을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농부들은 벌써 도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도사가 별건가요?

고추를 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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