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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울이게 하소서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소도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저기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구상 1919~2004,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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