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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별보기 27.호박씨까는 아내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462 추천 수 0 2001.12.28 23:25:04
.........
[삶,사람,사랑]

26◆ 별 보기

"전도사님,이리 나와서 하늘한번 보세요."
충청도 어느 산골짜기 아내의 고향에서 맞는 초겨울의 밤하늘.
별들의 고향.별들의 잔치.함박눈처럼 내리는 별꽃,
하늘 가득 촘촘히 박혀있는 별가루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별 무리들이 사태를 이루어 우수수
쏟아져 내릴 기세 입니다.
별들이 저마다 지기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달라 아우성을 칩니다.
잊고 있던 친구를 만난것 같은 진한 반가움!
쇠죽을 쑤던 아궁이에 장작불이 타며 매케한 향기를 냅니다.
아내가 고구마를 한바가지 기지고와서 굽습니다.
푹푹썰어서 소를 주는 누런 호박
"에고~ ~ 서울에서는 그거 한덩이에 얼마인데..."
밭에서 그냥 눈에 덮인채 얼어가는 배추.
"으아~ ~ 저거 서울에선 한포기에 1000원..."
장모님이 마루밑에서 아이의 주먹만한 연시를 꺼내옵니다.
"와--이건 서울에서 한개에 1,500원은 하겠다."
그냥 퍼서 마셔도 사이다같은 샘물.
"이야! 이거 생수통에 담아다 팔면...서울에선..."
아내는 서울에서는...을 연발 합니다.
서울에 없는 것이 시골에 있고 시골에 없는 것은 서울에 있으니
어쨌든 알고 보면 어디에 살든 공평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나는 시골이 더 좋아! 나 여기서 살아버릴까?"
으휴~ 하마터면 처가에 갔다가 `철없는 아내' 뺏기고 올뻔 했지
뭡니까!

27◆호박씨 까기

아내가 시골에서 올라오면서 호박씨가 몸에 좋다고
큰 비닐봉지로 가득 담아왔습니다.
실하게 잘 여문것이 하나 까먹어보니까  맛이 괜ㅎ찮아요.
후라이팬에 볶아서 방에 들고 들어와 틈만 나면 까서
빈병에 담습니다.
그런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전화를 받을때마다 "아내 지금 호박씨 까고 있어요"
라고 하면 상대방이 막 웃으니...
거!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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