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아기 예수를 만나지 못한 동방박사

감사.칼럼.기타 최용우............... 조회 수 1899 추천 수 0 2001.12.29 15:59:41
.........
│   숲/속/의/아/침   │1994.12.24 (토)      제93회

   [이야기 하나]

▨ 아기 예수를 만나지 못한 동방박사

국민학교 2학년 성탄절에 있었던 이야기.
교회 휘장에는 하얀색으로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글씨가
붙어 있고 은은한 종소리로 녹음된 케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탄절 공연 총연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연극의  동방박사역을
맡아 열심히 연습을 했다. 피아노 옆에 세워둔 크리스마스 츄리
에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집에서 가져온
가지각색의 양말들이 걸려있고 교회당 안을 빙둘러친 오색  깜
빡이는 어둠속에서 신비한 빛을 내며 아름답게 반짝인다.
드디어 막이 오르자 먼저 유치부 어린이가 나와서 귀엽게  인
사말을 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메리크리스마스' 할 때  총연
습을 지켜보시던 목사님과 장로님,몇분 집사님들이 짝짝짝 박수
를 치면서 깨물어주고 싶도록 귀엽다고 껄껄 웃으셨다.
엉망진창 옆 친구와 부딪치랴 구석에서 지도하시는 선생님 보
랴 정신없는 유치부 율동,6학년 언니와 1학년 동생자매의 중창,
중간에 한번 틀려서 처음부터 다시 친 남자아이의 피아노 연주,
한마리 나비처럼 가벼운 중고등부 언니들의 환상적인 발레 순서
그리고 조명무대,지도를 맡은 담당 선생님들은 여기저기 뛰어다
니며 마지막 마무리에 여념이 없다.
그래도 프로그램 중 가장 하일라이트는 연극이다.  드디어 기
다리던 예수 탄생연극 제1막이 오르자 들판에서 양을 치는 목동
들이 평화롭게 졸고 있고 빨강 전기불에 솜을 둘러싸서 만든 모
닥불은 정말이지 야- 소리가 나올만큼 멋진 솜씨이다.  제2막이
열리면 아기예수를 안은 마리아 앞에서 목동들과  동방박사들이
경배를 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시작된다. 한 어린 목동이 대사를
잊었는지 더듬더듬 하다가 그만 눈물을 주르르 흘려버린다.  소
매깃으로 눈물을 훔치는 아이를 선생님이  "괜찮아,내일은 잘하
면 돼!"하며 달래었다. 드디어 동방박사들이 나갈 차례이다. 아
이 머리만한 돌에 종이를 입혀 노란물감 칠해  만든 황금덩이를  
가슴에 안고 다른 두명의 박사들과 함께 무대에  나가니,갑자기
조명이 비추고 아래 넓은 교회당에  목사님과 장로님이 앉아 있
다고 생각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이 캄캄했다.
한 동방박사가 유향을  바치고 그 다음 내가 아기예수님께 공
손히 절한다음에 황금을 바치려는 순간,아기예수를 대신하던 어
느 선생님의 사랑스런 갓난 아기가 그만 앙-  하고 울어버린다.
소란스런 분위기와 낯선 엄마품이 편하지가 않았나보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아기는 퇴장 시키고 대신  인형을
가져와서 연극을 계속했다. 아기예수께 경배하고 무대뒤로 돌아
오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 옷이 축축히 젖어 있었다.  `내
일은 온 교회당 가득 사람들이 몰려와서 볼 텐데 그러나 떨지않
고 잘 할꺼야' 다짐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흰눈이 내리는 밤길을
걸어 집에 오는 길은 너무 신나는 길이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흰눈이 소복히 쌓인 성탄절 아침이 밝
았다. 그런데 밖에서 떠들썩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사람
이 얼어죽었다" 고 한다. 우리집은 장터 근처에 있었다. 장터를
떠돌아 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잠도 장터의 빈 가게  아무데서나
자던 거지가 한사람 있었는데,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놀려대
던 그 거지가 얼어 죽었다고 한다.아빠 뒤에 숨어서 가슴  졸이
며 지켜보니 웅크리고 죽은 거지를 순경아저씨들이  쭉  펴더니
나무관에 넣고 새끼줄로 꽁꽁 묶어서 번쩍 메고 가버렸다.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죽은 거지 생각으로  무
서워서 도저히 교회에 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골목에서 그 거지
가 불쑥 튀어나올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오늘처럼 중요한 날 이
런일이 생기다니,시간은 자꾸 가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와
하다가 울먹이는 나를 아빠가 보시더니 그 큰 손으로 내   작은
손을 덥썩 잡고 "내가 데려다 주마" 하시는 것이었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지난 늦은 시간에 아빠에게  매달리다시피
급히 뛰어서 교회에 도착했지만 그러나 연극은 이미 끝나고  말
았다. 선생님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급히 뛰어오시더니  어
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말에 나는 그만 들고있던  황금덩어리를
떨어뜨리며 엉- 하고 울고 말았다. 내가 오지 않아서  동방박사
두사람만 예수님께 경배했다고 한다. 그해의 예수님은   유향과
몰약의 예물만 받으신 것이다.너무 미안하고 섭섭했다. 교회 뒷
자리에 서서 아직 남은 다른 순서들을 오늘 처음 얼떨결에 교회
에 나오신 아빠와 함께 보았다. 아빠의 손을 꼬옥 잡으니 그 손
은 너무도 따뜻했다.
`아기예수를 못만나 예물도 드리지 못한 겁장이 동방박사'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그때를 생각하며 혹시 지금도 나는
세상 근심이나 걱정,두려움,욕심때문에 예수님께  드려야 될 것
을 드리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 조용히 돌아보게 된다.

         [월간 현대크리스챤 1991.12월호에 실린
          저의 글을 성탄 선물로 올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785 12바보일기2020 대보름 나물반찬 file 최용우 2020-02-07 63
1784 12바보일기2020 건강한 밥상 file 최용우 2020-02-08 52
1783 12바보일기2020 ambulance file 최용우 2020-02-09 52
1782 12바보일기2020 나는 기생충에게 상을 줄 수 없다 file [5] 최용우 2020-02-10 126
1781 12바보일기2020 금병산 file 최용우 2020-02-11 58
1780 12바보일기2020 이제부터 스마일~ file 최용우 2020-02-12 54
1779 12바보일기2020 아무래도 싫은 사람 file 최용우 2020-02-13 75
1778 12바보일기2020 지혜로운 자의 여행 file 최용우 2020-02-14 45
1777 12바보일기2020 새로운 녀석 file 최용우 2020-02-15 24
1776 12바보일기2020 냉각량과 가온량 file 최용우 2020-02-16 114
1775 12바보일기2020 덕유산 눈꽃산행 file 최용우 2020-02-17 70
1774 12바보일기2020 사람을 얻어야 file [2] 최용우 2020-02-18 70
1773 12바보일기2020 정체를 드러내는 신천지 file 최용우 2020-02-19 68
1772 만가지생각 [2081-2090] 하나님을 만나려면, 그리스도인이라면, 권면,믿음,피,구원 최용우 2020-02-20 61
1771 만가지생각 [2091-2100] 능력,하나님께 속한 영,교회,복있나니,지킴,겸손,불확실 최용우 2020-02-20 69
1770 만가지생각 [2101-2110] 쓰러지지 않는 이,꼭,말과 실천,기회,하나님 안에서,풍선 최용우 2020-02-20 80
1769 12바보일기2020 가족 휘게 file 최용우 2020-02-20 49
1768 12바보일기2020 엄마와 딸 file 최용우 2020-02-21 74
1767 12바보일기2020 감염자1 file 최용우 2020-02-22 66
1766 12바보일기2020 자발적 교회 시설 폐쇄 file [1] 최용우 2020-02-23 88
1765 12바보일기2020 병원 가는 길 file 최용우 2020-02-24 65
1764 12바보일기2020 어린왕자 file 최용우 2020-02-25 57
1763 12바보일기2020 그냥 바보처럼 살자 file 최용우 2020-02-26 117
1762 12바보일기2020 오늘도 못 비웠다 file 최용우 2020-02-27 59
1761 12바보일기2020 명랑일기 끝! file [2] 최용우 2020-02-28 65
1760 12바보일기2020 풀꽃문학관에서 file 최용우 2020-02-29 51
1759 12바보일기2020 집에서 예배 file 최용우 2020-03-01 83
1758 12바보일기2020 나를 내비 둬 file 최용우 2020-03-02 58
1757 12바보일기2020 마스크 file 최용우 2020-03-03 90
1756 12바보일기2020 이도저도 file 최용우 2020-03-04 79
1755 12바보일기2020 쑥캐러 가자 file 최용우 2020-03-05 78
1754 12바보일기2020 세종시의 상징 file 최용우 2020-03-06 63
1753 12바보일기2020 박산과 방귀 file 최용우 2020-03-07 66
1752 12바보일기2020 밀목재 찻집 펜션에서 file 최용우 2020-03-08 333
1751 12바보일기2020 가야산 한바퀴 file 최용우 2020-03-09 45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