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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교회가는 길 (원고)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151 추천 수 0 2002.01.11 15: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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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018 [월간 나팔소리 원고]

교회가는 길                           1997/12/16 18:54   187 line

제목/ 교회가는 길

아침일찍 일어나
새단장을 하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정성껏 예물 준비해
발걸음 가볍게
교회에 가네

앞자리에 앉아서
말씀에 은혜받고
서로서로 사랑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벌써부터
다음주일이 기다려지네

-최용우 [교회 가는 날] 전문

ㅇ 아침부터 좋은이(3살)와 좋은이엄마가 말다툼을 합니다. 정신없이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교회 갈 준비를 하는데 그 맨 마지막 순서가 좋은이의 머리를 예쁘게 빗어 머리핀을 채우는 일입니다. 좋은이는 머리를 아프게 빗는다고 칭얼대고, 엄마는 시간 없다고 야단치고.. 그러나 모녀가 나란히 앉아 토닥거리는 모습은 웬지 밝고 아릅답습니다.
ㅇ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은 온 식구가 예배를 드리기 위해 손잡고 교회로 향해 가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명화를 지금껏 본적이 없습니다.
ㅇ 교회에 가다보면 뚝배기음식점옆 빈터에 판자로 지은 개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 앞에는 솜뭉치처럼 북실북실한 강아지가 한 마리 앉아있지요. 오늘은 어째 그 개가 안보입니다.
좋은이:멍멍아~ 어디갔니~
엄마:멍멍이도 교회갔나봐. 우리도 빨리 가자
아빠:저기 있던 개 누가 먹었지?
ㅇ `푸르게 푸르게 우리강산 푸르게-자연을 보호합시다!'
                        -늘푸른교회(선부2동사무소옆 전화405-5684)
벌써 1년가까이 살아남은(?) 교회 현수막입니다. 길가 철조망엔 때를 따라 수없이 많은 불법 현수막이 내걸립니다. 걸리자 마자 동사무소직원들이 철거해버리지만 자연보호를 빙자한(?) 우리교회 현수막은 1년이나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ㅇ 교회가는 길 10여분동안 다섯개교회 앞마당을 밟으며 지나갑니다. 고운 옷을 입고 주보를 나누어주는 안내위원들 앞을 성경책 옆구리에 끼고 지나가기가 어쩐지 미안합니다. `샬롬' 하고 반갑게 인사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마음뿐 어째 그게 그렇게 안될까요? 여러분들도 그렇습니까?
ㅇ 산모퉁이 돌아 신호등 건너 골목길에서는 얼마 전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교회는 분명히 하나인데 간판이 세 개나 걸린 것입니다..아마 처음 개척했을 때는 [안산교회]였었나봅니다. 2층 벽에 커다랗게 새겨진 이름은 [안산교회]인데 들어가는 입구의 간판은 [등대교회]입니다. 그런데 문득 보니 옥상의 십자가탑에 [울타리교회]란 새 간판이 붙어있는게 아닙니까! 나중에 [등대교회]란 간판은 바뀌었지만 한동안 그 교회는 `안산교회' `등대교회' `울타리교회'라는 세개의 간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ㅇ 교회앞 도로에는 벌써 반년 가까이 승합차가 한대가 버려져 있습니다. 무슨 `인형극단'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붙어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불통이고, 동사무소에 연락을 해도 모르겠다는 대답뿐입니다.  차바퀴는 펑크가 나서 바람이 다 빠져있고 기어가 들어간채로 키가 잠겨있어 뒤에서  밀면 도로 한가운데로 들어간답니다. 대책이 없습니다.
ㅇ 우리교회는 작은빌딩 2층에 있습니다. 빌딩 지하에는 단란주점도 있습니다. 한 문으로 들어가서 어떤 사람은 내려가고 어떤 사람은 올라갑니다. 내려간 사람도 주(酒)를 부르고 올라간 사람도 주(主)를 부릅니다. 내려간  사람은 술에 취하고 올라간 사람은 성령에 취합니다. 내려간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올라간 사람은 찬송을 부릅니다. 내려간 사람이 불평하고 상사의 흉을 보며 마음을 비우고 있는 동안 올라간 사람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여  마음을 깨끗히 합니다. 내려간 사람은 술로 배를 채우고 올라간 사람은  말씀으로 마음을 채웁니다.내려간 사람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정신을 잃는 동안 올라간 사람은 천국의 기쁨으로 마음에  평안을 얻습니다. 내려간 사람은 술값으로 돈을 지불하지만 올라간 사람은 천국은행에 헌금을  예금합니다. 한 문으로 들어가지만 내려가는 사람이 있고 올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ㅇ 한 줄에 일곱개씩 두 줄의 의자가 예배당에 있지만 의자마다 모두 차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어있는 자리가 더 넓어보입니다. 몇몇 장기 결석자(?) 들이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성가대도 없고, 반주도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예배를 시작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가슴에 찡한 감동이 옵니다.정성스런 찬송(잘 부르는 찬송이  아니라 정성스런),기도를 맡은이의 겸손한 기도, 다정한 설교, 설교를 듣는 일은 마음을 가다듬는 일 입니다. 설교를 마치고 가난한 전도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이것뿐이라는 듯 각 가정과 성도님들의 이름을 어린아이 하나하나까지 다 부르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ㅇ 그렇게 예배를 마치고,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고 아이들을 안아주는 교제의 시간은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간입니다.  베니어합판 한 장을 네등분으로 잘라 다리를 붙여만든 자연스런 밥상을 펼치고, 예배시간 내내 코를 간지럽혔던 맛있는 냉이국과 사모님이 정성껏 마련한 정갈한 음식을 나눠먹습니다. 그 기가막힌 맛! 기본이 두그릇! 작은교회이기에 가능한 가족 같은 식사시간. 음식을 같이 나누는 시간만큼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은 없는 듯합니다. 예배가 그러했듯 식사 또한 조촐하지만 식탁엔 정겨움이 가득합니다.
ㅇ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헤어지는 인사는 교회앞 길거리에서 이루어집니다. 한참씩이나 빠이빠이를 하고 장난을 치고...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서로 하나되었다는 것이 알아듣기 힘든 어떤 복잡한 신학적인 이론이 아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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