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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짧은이야기 10편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232 추천 수 0 2002.01.13 23: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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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50】2000.8.27 (주일) 햇볕1317

            할머니의 뇌물+선물

"오늘 예배시간에 안 돌아다니고 예배 잘 드리면 할머니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최좋은이와 최밝은이가 사모님 할머니와 약속을 했습니다. 최좋은이는 좀 컸다고 그래도 엉덩이를 비틀면서도 자리에 앉아 있으려고 애를 쓰는데 세 살짜리 최밝은이 이놈은 벌써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아까부터 예배당을 누비고 있는 중입니다.
예배를 마치면 할머니는 꼭 좋은이,밝은이의 손에 아이스크림 값을 일부러 쥐어 주십니다. 그러면 요놈들은 "할머니 고맙습니다" 얼굴도 안 쳐다보고 씩씩하게 소리지르며 청천소비자마트로 뛰어가고 맙니다. 십 몇 년전에 교회를 개척했을 때 너무나 가난하여 두 아이들에게 그 달콤하고 맛난 아이스크림을 맘대로 못먹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목사님 사모님은 일부러 껀수를 만들어서 가난한 전도사 딸들에게 꼭 천원짜리 한 장씩 쥐어 주십니다.
그 마음 씀이 얼마나 고마운지.

【느낌일기51】2000.8.28(월) 햇볕1318 항아리수제비

아내와 밝은이랑 함께 이-마트에 갔습니다. 살 물건을 다 사서 박스에 포장을 하고 시계를 보니 차가 떠나려면 40분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인데 밖에 나가 사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해서 이-마트 매장 안에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음식값이 이렇게 비싼지... [항아리수제비] 생전 처음 보는 이름을 메뉴판에서 발견한 아내가 그걸 주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셀프서비스인지라 음식이 나왔다는 벨소리를 듣고 음식을 가지고 오는 아내의 표정이 가관입니다.
"속았다! 이름에 속았어! 이름만 [항아리수제비]이지 일반수제비를 항아리에 담아주고 값은 500원씩이나 더 받는거 아니야 이거!..."
그럴듯한 이름에 내심 뭘까 기대를 했는데 겨우 항아리에 담아주는 것이었냐며, 돈도 없는데 헛돈썼다며 먹으면서도 계속 투덜거립니다. 저는 다 먹을때까지 '요강' 생각을 했습니다. 크기만 좀 작았지 옛날 시골에서 어머님이 사용하시던 요강과 영낙없이 똑같은 모습의 항아리입니다. 기분이 되게 찜찜합네다!

【느낌일기52】2000.8.29(화) 귀뚜라미

교회에서 기도를 할 때마다 어디선가 귀뚜라미가 따라와 함께 기도를 한다. 그 우는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방해가 될 정도다. 불을 켜고 깜짝 놀라 달아나는 귀뚜리미들을 한 주먹 잡아 밖에 내놓고 얼른 문을 닫지만 또 어느새 어디로 들어왔는지 여기저기서 귀뚤귀뚤 울어댄다.
교회 유아실 근처 책꽂이 뒷편에서 유난히도 우렁차고 시끄럽게 우는놈이 있어서 살금살금 다가가 불을 확 켰지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크게 울어댄다. 아무리 삿삿히 뒤져도 분명히 소리가 나기는 나는데 어디에 박혀서 소리를 내는지 바로 눈앞 어디에 두고도 찾을수가 없다.
에라, 그냥두자! 그래, 너는 무슨 폭폭한 일이 있어 그리 애절하게 우느냐. 우리 함께 울자꾸나!

【느낌일기53】2000.8.30 (수) 아이러니

교회 옆 전에 셀프빨래방 하던 자리에 미술학원이 생겼습니다. 좋은이가 그림에 약간 소질이 있는 것 같아 혹시 미술학원에 보내면 그 소질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다 저녁때 한번 가 보았습니다..
이 학원에서는 주로 무엇을 가르치느냐 물었더니 홍대 미대를 졸업했다는 원장선생님의 설명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서글퍼졌습니다.
"우리 학원은 입시전문입니다. 우리학원에서 배우면 미대는 책임지고 들어가게 해 줍니다. 아, 홍대미대 출신중 밥굶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 그런줄 아세요? 거기 나와서 학원 차리면 사람들이 그냥 와요. 그만큼 미대 합격을 잘 시킨다는 뜻 아니겠어요"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좀 더 가르쳐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웬 대학입시 확실히 합격 보장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듣고 나오면서,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느낌일기54】2000.8.31  햇볕 1321 무의미한 시간

청천동 뒷산 장수정에 오르다 보면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는 푯말이 보이고, 오른쪽 나무 계단을 백몇개 올라가면 나무로 얼키설키 만들어 놓은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무의미를 즐기는 의자'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늘은 그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가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둘이거나 가끔은 혼자인 사람들도 부지런히 위로만 올라간다.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멀리 회색빛 도시를 내려다보며 또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족히 두어시간은 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 한다면 '무의미'의 시간입니다. 돈 좋아하는 사람은 무의미한 시간이 대단히 아깝겠지만 나름대로 무의미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마음의 소리를 듣기가 훨씬 쉽습니다. 바쁘다고 방치해 두었던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기회가 된단 말입니다.
내 안에 또다른 나를 들여다 본다는 것! 무의미한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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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55】2000.9.1 교회의 색깔은

청천아파트 네거리에 있는 4층짜리 유치원 건물이 어느날 보니 완전 개나리처럼 샛노란 색깔로 새단장을 했다.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확 들어온다. 사람들이 그냥 봐도 유치원인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냥 봐도 유치원 색깔!
그냥 봐도 아! 교회군! 할 교회의 색깔은 무슨 색일까? 교회도 그런 색이 분명히 있을텐데... 어째서 교회의 색깔은 점점 절깐 같은 고색 찬란한 색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느낌일기56】2000.9.2 아름다운 사람

아침에 열심히 자판을 독수리처럼 툭탁거리며 주보를 만들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형이다! 오늘 놀러가꾸마~~!!"(갱상도 버전은 역시 어려워) 최용덕 형님께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후 2시쯤 도착하셨다. '최가들은 고집이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 하는 것 같은 표정! 좋은이, 밝은이,좋은이 엄마 모두 반가워서 어쩔줄 모른다. 오늘은 우리가족을 위해서만 특별히 시간을 내서 올라오셨다고 했다.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교제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지금부터 7년전 가난한 신학생 둘이 결혼을 하는데 오셔서 '결혼축가'를 불러주려 했는데 마침 그날이 노아가 태어나는 날! 그래서 우리 결혼일과 로아의 생일이 같은 날이다.
언제 한번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형님이 맹그른 찬양을 형님과 함께 힘차게 불러봐야 쓰겄는디...  

【느낌일기57】2000.9.3 우연

산곡동 국민은행에 가다 보니 우리교회와 같은 글꼴로 쓴 '예닮교회'라는 간판이 보였다 관심을 갖고 교회 입구에 꽂아놓은 주보를 한부 빼 보다가 '배춘화'라는 이름을 발견하였다. 혹시나 하고 교회에 전화를 해 봤더니 역시나다! 신학교 동기면서 아내와 가장 친한 전도사님인데 소식이 끊긴지 벌써 5,6년 지났는데 정말 우연치고는 기가막힌 우연이다.
오늘 저녁예배를 예닮교회로 드리러 가서 배전도사님 가족을 만났다. 이곳 교회로 나오기 시작한지는 이제 한달정도 되었다고 했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극적으로 다시 만날수가 있단 말인가. 저 위에서 하나님 아버지가 씩 웃으시면서 "메롱~!" 하시는걸 보니 하나님의 장난이로구나!  

【느낌일기58】2000.9.4 벌초

목사님과 함께 충남 연기군 전의면에 있는 목사님의 부모님 묘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 아내에게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가 되는셈이다. 숲속 양지바른 곳에 있었는데 예초기로 풀을 깎으니 10분도 안 걸린다. 참 편한 세상이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하나같이 힘들고 어려운 질곡의 세월을 사셨다. 벌초를 하면서 저 땅속에 누워계신 분들의 일대기를 들으면서 왜그리 답답한 생각이 들던지. 왜 우리는 그렇게 모두들 한맺힌 삶을 살아야 했을까.
풍요롭고 여유있고 너그러운 일생을 살다 가신 복된 조상들의 얘기는 없는 것인지. 누가 좀 잘된다 싶으면 깎아내리기 바쁘고, 내가 좀 잘나간다 싶으면 다른 사람을 깔보며 짓밟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어쩌면 영원히 '한'을 품고 살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느낌일기59】2000.9.5 날개꺾인 새

장수정에 올랐다. 숲속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주먹만한 새 한 마리가 나무위에서 툭 떨어지는데 보니 날개가 꺾여 있었다. 누군가 어떤 인간에게 잡혔다가 죽음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한 것 같았다. 어느놈이 먹을게 없어서 저 주먹만한 새를 잡아 날개를 꺾었는지. 아님 고양이나 들짐승인지도 모르겠다.
날개 꺾여 날지도 못하면서 살겠다고 퍼덕이는 새의 몸무림을 보며, 새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왔다. 저걸 어쩌나... 어째..
어떤 우악스런 커다란 힘이 연약한 약자를 거침없이 짓밟아버리는 일이 인간들 세상에서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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