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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 동네잔치

어부동일기00-03 최용우............... 조회 수 1338 추천 수 0 2002.01.20 04:53:16
.........
아침부터 진눈개비가 내렸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이거, 이러다 동네 어르신들 얼마 안 오시는 것 아니야?"
"오히려 날씨 궂으니 일 못나가고 더 많이 오실 걸!"
아침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근학형제는 대전시내로 떡과 누른고기(수육)을 찾으러 트럭을 몰고 나가고 나머지 식구들은 강당에 상을 펴고 난로를 피워가며 잔치 준비를 하였습니다.

@오전 9:30분 - 60명 정도가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기 위해서 8개의 상을 쭈욱 펴고 천을 덮은 다음 컵과 숟가락 젓가락을 숫자만큼 놓았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미리 날아와 차렸습니다. 날씨는 계속 눈발이 날렸습니다. 나물과 떡과 과일, 사탕은 어제 준비해 놓은 것을 그대로 1층 식당에서 2층으로 날아와 펴놓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오전 10:00 -조리를 해야되는 음식(육개장, 밥, 잡채...)을 지지고 볶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온 갈릴리마을 안에 진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날씨는 계속 진눈개비가 내려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1년에 한번씩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하는 날인데 꾸물거리는 날씨 때문에 많이들 오시려나...


@오전11:00 -산수리에서 '초상'이 났다는 급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아이쿠∼ 큰일났다. 시골 동네의 특성상 초상이 나면 모두 초상집으로 몰려가는데... 가족들이 2층에 모여 "혹시 잔치는 벌려 놨는데 오는 사람이 없어 길거리에 나가 강권하여 데려다 채워야 되는 성경말씀대로 되는 것 아니야?" 하며 걱정!

@오전11:30 -식구들이 창 밖을 통해 누군가가 어서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장님 차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 초상이 났으니 잔치를 취소하라는 말을 하러 오는 게 아닐까?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분들은 산수리에 사시는 할머니들이었습니다. 여섯명의 첫 손님이 오신 것입니다. 그 뒤로 두어번 더 이장님 차가 왔다갔다하며 사람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12시부터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전에 벌써 15명 정도가 2층 난로가에 옹기종기 앉아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오전12:00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 식사가 시작되고 각자 맡은 역할대로 정신 없이 움직였습니다. 오동에 사는 수선화 자매가 일찍부터 와서 한 식구처럼 거들어 주셨습니다. 12:30분쯤에는 자리가 없어 뒤에 오시는 분들은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남자분들은 안쪽에서 정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시고 할머니들은 할머니들대로 모여 깔깔대며 식사를 하셨습니다.


@1:00- 식사를 거의 마칠 때 쯤 대전빈들교회 사모님의 소개로, 창(唱)을 하시는 분들이 도착 40여분간 흥겨운 민요와 대금연주로 신명나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민요와, 밀양아리랑, 뱃노래를 불러주신 분은 바로 이곳이 고향으로 오랜만에 꿈에도 그리던 고향을 찾아 목이 메이기도 했습니다.


@갈릴리마을 가족 소개와 인사, 그리고 갈릴리마을에서 하는 일들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걸어서 오시기도 하고 차를 타고 오시기도 하고 숫자가 계속 불어났습니다. 어떤 분은 갈릴리마을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몰라 '정신병자들'을 수용하는 곳이라는 헛소문을 믿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와서 보니 젊은이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서울에서 교회에 다니는 자기 딸이 '갈릴리마을에 글을 쓰고 찬양을 작곡하는 유명한 분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한 동네에 살고 있어 자랑스럽다'고도 하셨습니다.



@한바탕 흥겨운 민요마당이 끝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에게 따끈한 백설기 한덩이씩 쥐어드렸습니다. 몇 분만 빼고 거의 모든 동네 사람들이 다 오셨습니다. 모두 62분이 다녀가셨고, 아이들까지 모두 70명이 오늘 잔치에 참석했습니다. 준비한 육개장과 음식도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게 딱 맞았고 식구들도 마음이 딱딱 맞아 너무너무 기분좋게 마친 잔치였습니다.
그런데 그 '초상집'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잔치가 다 끝나고 대충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출발하여 4시간을 기차를 타고 구미에서부터 달려 오셨다는 황마리아님이 도착 하셨습니다. 바로 미용봉사를 하기로 하신 분입니다. 아쉽게도 동네 어른들은 머리를 해드리지 못했지만 덕분에 갈릴리마을 가족들의 지붕을 수리해주고 또 급히 가셨습니다.
덕분에 최전도사도 지붕계량을 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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