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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바가지

어부동일기00-03 최용우............... 조회 수 1000 추천 수 0 2002.01.20 05: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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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051】2001.4.6 무지막지한 바가지

갈릴리마을 입구 철쭉 길 사이에 유난히 키가 큰 참꽃(진달래) 한 그루가 있습니다. 주변에 몇 그루의 참꽃이 있지만 요놈은 길가에 있어서인지 금방 눈에 띕니다. 그래서 오고가며 눈인사 나누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자세히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상당히 친해졌습니다.(꽃이랑 친해졌다고 하니까 우습지요? 그러나 안 그래요. 꽃을 가만히 들여다 본적이 있나요? 어느 한 순간에 꽃이 말을 걸어올걸요.)
벚나무, 개나리, 철쭉, 목련화 중에 역시 참꽃이 가장 먼저 꽃 봉우리를 열었습니다. 아내의 촉촉한 연분홍 입술 같은 꽃잎을 살그머니 열었습니다. 이술방울이 맺혀있는 참꽃 사진을 찍고 눈길로 어루만지고 그렇게 정이 흠뻑 들었습니다. 좋은이와 밝은이에게도 "저것이 진달래인데 원래 이름은 참꽃이란다" 하며 김소월의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시를 암송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집에 오고가며 참꽃을 들여다보는 것이 커다란 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포크레인 한 대가 내려와 논의 물길트는 작업을 하고 돌아가는 중에 어떻게 했는지 그 키 큰 참꽃의 허리를 커다란 바가지로 짓눌러 놓고는 유유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뛰어가 보니 허리 잘린 참꽃이 핏빛 꽃잎을 흘리며 숨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그렇게 조용히 가고 있었습니다. 힘있는 인간은 지금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지른지도 모른 채 담배한대 꼬나물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길모퉁이 돌아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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