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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 각시꽃 꽃밭에서

어부동일기00-03 최용우............... 조회 수 2244 추천 수 0 2002.01.20 05: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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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각시꽃  꽃밭에서


          
요즘 대청호 주변은 코스모스와 비슷한 모양의 '기생초'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황색의 매우 화려한 꽃이 피기 때문에 기생화, 또는 각시꽃 이라고도 불립니다. 방문객 한 분과 산책을 나갔다가 저절로 생긴 그 넓은 꽃밭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였습니다. "저렇게 넓고 많은 기생초 꽃밭을 만약에 사람이 만든다면 10년은 걸리겠죠?" "예, 사람이 만들면 그렇겠죠. 그런데 자연상태로 그냥 두면 3년이면 저렇게 된답니다." 인터넷에서 기생초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있더군요. 기생초는 그 생명력이 어찌나 강한지 한 개의 꽃에서 한해에 1천개이상의 씨앗을 퍼트린답니다. 그리고 그 1천개의 씨앗은 대부분 추운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고 다음해에 꽃을 피운다는 것이지요. 과연 그 이름처럼 처음에 어디에선가 몇 개의 씨앗이 떠내려와 끈질긴 생명력으로 번식에 번식을 거듭하여 저렇게 수천 수만배로 불어난 것입니다.
갈릴리마을 사람들이 갈릴리호수라고 부르는 대청호로 내려가다 보면 돌로 지은 집이 한 채 있는데, 갈릴리 어부인 송집사님 댁입니다. 어느 날 송집사님이 새우를 한 그릇 가져오셨습니다. 자잘한 그 새우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수천마리, 아니면 만 마리가 넘을지도 모릅니다. 대청호에서 잡은 것인데, 해년 마다 새우를 잡는 한 철이 있습니다. 잡은 새우를 세어본다면 엄청난 숫자가 될텐데, 그렇게 잡아도 대청호의 새우는 다음해에 보면 또 그만큼씩 불어나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보리 한 알은 수백개의 보리알이 되고, 집 앞에 있는 은행나무 네 그루도 해년 마다 수 만개의 은행열매를 생산해 냅니다. (작년에는 도둑에게 은행을 다 털렸지만) 인간은 쌓아놓기 위해 확대재생산을 하는데, 이런 자연의 놀라운 생산력은 나누어주기 위한 단순재생산력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족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떤 생명체는 수억에 이르는 알을 낳거나 수천개의 씨앗을 열매로 맺지만 그것들이 다 온전하게 잘 자라서 온 세상을 자기의 종족만으로 가득 채우고자 하는 뜻에서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단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생명공동체에 많은 부분을 나누어주고 실제 자기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남기는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갈릴리마을 주변에는 산수리, 날망 어부동, 우무동 이렇게 네 개의 자연부락이 있습니다. 어부동쪽엔 제법 넓은 밭이 있는데, 어느 날 밭에서 일하는 농부를 지나가다가 보았습니다.
"뭐 심으세요?"
"여그가 전에는 맹밭이었는데 (알고 보니 목화를 맹이라고 하더군요) 올해는 마늘을 심으려고 해유!" 돌아보니 주변 밭이 모두 검은 비닐로 씌워진 마늘밭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나는
"이렇게 전부 다 마늘만 심었다가 마늘 풍년이 되면 값이 떨어지고, 또 마늘을 밭에서 썩히거나 내다버리게 되면 어쩐데요. 해년마다 배추, 양파, 쪽파 같은 것을 내다버리고 불태워 버리는 모습을 하도 많이 봐서..."
"지금은 농사도 투기여유. 혹시 어느 한 지역 마늘 농사가 짱나면(망하면) 지값을 받을 수도 있으니께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습니다. 어느틈에 순박하다던 농부의 마음이 이렇게 변했는지. 전라도나 경상도 어느 한 지역의 마늘농사가 장마나 태풍으로 망하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마늘 값이 올라 제값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 마늘을 심는 마음이 어찌 온전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서로 서로 자기 지역에서 잘 자라는 곡식을 심어 골고루 나누면 되는 것을, 영악한 머리 굴려 죄다 고추 심고, 죄다 마늘 심고, 남으면 내다 버리고 모자라면 값이 올라가는 투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아주 비생산적인 어리석은 짓거리입니다.

요즘은 나눔과 섬김에 대해 자주 묵상을 합니다. 갈릴리마을에 이사 온 이상 어떤 모습으로든 갈릴리마을의 성격과 가장 유사하게 살아야 할텐데 그게 잘 안됩니다.  갈릴리마을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나눔과 섬김'입니다. 주님이 주신 물질과 재능을 이웃들과 욕심 없이 나누고, 공동체 가족들과 방문객들과 독자들을 주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우리는 그들의 종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머슴과 식모'라 자처하지 않던가. 그런데 나에게서 나오는(생산되어지는) 삶은 '겸손과 섬김'과는 거리가 먼 것 같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은 수많은 다른 생명체를 살리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밤낮 없이 저렇듯이 애를 쓰면서 지으신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나는 몇 개 생산해내지도 못하면서 우선 내 이익이나 계산하고 앉아 있으니...
참된 나눔은 주고받음 가운데 반드시 마음이 실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일 뿐입니다. 섬김의 마음이 실리지 않는 나눔은 자선이거나 자기과시입니다.
자연을 닮아 수백 수천배의 생산을 해서 나누면서도 내 것은 얼마 남기지 않는 그런 마음이 담긴 참된 나눔과 섬김이 언제쯤이나 내 안에서 이루어지려는지... 자연 속에서 날마다 자연을 들여다보고 배우려고 노력 하다보면 언젠가는 아주 조금이나마 비슷하게나마 닮기는 하것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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