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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리소녀, 꽈리 (사진)

감사.칼럼.기타 최용우............... 조회 수 2560 추천 수 0 2002.01.20 06: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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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꽈리소녀, 꽈리

조선 시대 어느 시골 마을에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꽈리'라는 소녀가 살았답니다. 꽈리의 노래 솜씨는 우연히 길을 가던 고을 원님의 귀에 들렸습니다.
어느 해 가을, 마을의 큰 잔치에 원님은 꽈리소녀를 불러 노래를 듣기 원했습니다. 그 마을에 꽈리와 같은 나이의 다른 소녀가 있었는데 꽈리를 질투한 나머지 꽈리소녀가 수줍음을 잘 타는 것을 알고 동네 건달들에게 돈을 주고 꽈리의 노래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노래도 못 부르는 것이 감히…"
"노래는 그렇다 치더라도 얼굴은 그게 뭐냐…"
모여든 동네 사람들 가운데 이런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꽈리소녀는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집으로 뛰어와 자리에 누운 뒤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다음해 꽈리의 무덤가에서 풀이 자라났는데 가을에 열매가 달렸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얼굴이 빨개진 꽈리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꽈리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안의 동그란 열매를 입에 물면 꽈리처럼 맑고 청명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여 옛날에는 꽈리불기 놀이라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집 모퉁이에 꽈리 뿌리가 묻혀 있어서 올해도 한 무더기의 꽈리가 피어나 부끄럽고 수줍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너무 많아 봄에 낫으로 많이 베어 냈는데도 뿌리로 번식하는 특성 때문에 어느새 처음보다 더 많아져버렸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꽈리를 따서 주황색 주머니를 열고 동그란 열매를 꺼내어 조물락 조물락 말랑하게 하여, 부드러워진 주머니 안의 씨앗들을 꺼낸 뒤 입안에 넣고 굴리니 꽈르륵! 꽈르륵! 하는 소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잘 안되어서 여러 개 실패했는데 아주 조심스럽게 하니 됩니다. 성격이 차분한 좋은이는 꽈리불기를 잘 하는데 밝은이는 아무래도 안 되는지 계속 제것만 안 된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마음'을 담아 꽈르륵! 꽈르륵! 꽈리불기 놀이를 하는 어느 가을날 오후!

사진-아이들이 꽈리를 한 주먹따서 장독대 항아리뚜껑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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