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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환자를 간호하고 있습니다

김복남 전도사............... 조회 수 1910 추천 수 0 2010.10.14 07: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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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알 수가 없군요. 나하나 장애인이 된 것이 부족해서 아내까지 장애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요···"그는 허옇게 앙금이 낀 마른 입술을 비비면서 말을 멈추었다. 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입을 몇 번이고 오물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내가 교통 사고를 당했다고 했을 때 눈앞이 캄캄했어요. 자라 보고 놀란 놈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본 사람이라 충격이 더 컸던 거예요··· 아내의 망가진 차를 보니까 죽지 않았으면 식물 인간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다시 말을 멈추고 입술을 비볐다.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음료수를 권했더니 사양했다. 마시고는 싶지만 소변 처리가 귀찮아서 참는다는 것이었다. 하반신이 마비된 그로서는 소변 처리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는 6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신경이 손상되었고 그 때문에 허리 아래로 마비가 되었다. 그래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변 마렵고, 대변 마려운 느낌도 잃어버렸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소변 마려운 느낌만 있다면,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화장실에 가면 되겠지만, 그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어 방광에서 소변을 뽑아내어야 한다. 그 일이 귀찮다고 그대로 두게 되면 나중에 방광에 소변이 차서 역류를 하거나 열이 오르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긴다. 그래서 하반신 마비가 된 그에게서 소변처리는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가 집에 있거나, 잠시 외출을 한 경우라면 숙달된 재활로 얼마든지 처리가 쉬웠겠지만 그는 지금 응급실에서 아내를 간호하는 보호자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변량을 줄이기 위하여 물 마시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아내는 중상은 아니었어요. 덤프 트럭이 중앙선을 추월하여 아내의 차를 덮쳤다고 했는데도 아내는 그 지경에서 저렇게 살아난 거예요. 기적이었어요. 하나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겼던 거예요. 그래서 아내를 살려주신 거예요."
그는 아내가 목숨을 건진 것이 순전히 자신을 불쌍히 여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지만 아내는 목숨은 건졌지만 여기저기 성한 구석이 없도록 다쳤어요··· 시골 병원에 그대로 두었다가 나중에 심감한 후유증이 날 것 같아 큰병원으로 옮기고 싶었던 거예요. 사고 초기에 어떻게 치료를 했느냐에 따라 휴유증이 달라지는 건 제가 경험했기 때문에 그곳에 둘 수가 없었어요. 염치가 없지만 전도사님을 찾았던 거예요."
내게 부탁한 것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을 한 뒤 그는 긴 한숨을 토했다. 뜨거운 숨결이 응어리진 긴장과 함께 이른 봄 차가운 공기속으로 번져갔다.
지난 주일 오후였다. 지방의 한 교회 간증집회를 끝내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다급한 목소리로 그는 자기 아내가 병원에 입원중이라면서 우리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는 부탁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 병원은 언제나 만원이기에 선뜻 승낙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입장을 뻔히 아는 나로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연락을 취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빈 침상이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꼭 내가 있는 병원으로 오겠다면서 다음 날 구급차에 아내를 태우고 서울로 올라왔다.
아침 일찍 서둘러 왔다고 했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가 지나고 있었다. 외래 진찰이 다 끝나가고 있는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을 시키려고 했는데 응급실도 만원이었다. 나는 대기실에 휠체어를 탄 그와, 그의 아내를 눕혀놓았다. 응급실 밖에서는 수도 없이 많은 환자들이 입원시켜 달라고 밀려들었다. 병원 대기실은 시장바닥처럼 복잡한데 그들은 도리 없이 나만 쳐다보았다.
안면 있는 응급실 인턴이 내 처지가 딱해 보였는지 다른 병원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환자도 환자지만 환자를 간호해야 할 보호자 때문에 다른 병원에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이 자기 담당 환자를 자식처럼 사랑하고 애착을 가지듯 나 또한 내가 담당했던 환자를 자식처럼 여긴다. 그래서 그들의 처지가 남의 일이 아니었기에 온갖 방법을 동원한 후, 겨우 대기순번을 얻어 일곱 시간을 기다린 후 응급실에 입원을 시켰다. 입원이 되기까지 그 기나긴 시간을 그는 휠체어를 타고 아내를 지키고 있어야 했고, 아내는 대기실 의자에 누워서 버티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응급실에 입원을 했어도 침상에 누울 수 있는 것은 아픈 아내였지 그는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한 채 휠체어에 앉아서 밤을 지새야만 했던 것이다.
"전도사님께 너무 신세를 지는 것 같군요. 급하니까 달리 연락할 때가 있어야지요. 얼른 생각나는 게 전도사님이더라구요. 그래서 전화를 드렸던 거예요"
잠을 자지 못해 푸석해진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급한 상황에서 내가 생각났다고 말했을 때 한편으로는 잊지 않고 기억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될지 부담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퇴원하면 소식이 끊어진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소식이 없는 게 다행이다. 때때로 전해 오는 소식들은 좋은 것보다는 나쁜 소식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상태가 악화되었다거나 아니면 죽었다거나 그도 아니면 배우자가 도망갔다거나 그런 소식을 전해들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퇴원한 환자들의 소식은 듣지 않는 게 편했다.
그도 퇴원한 6년 동안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아니 일년에 딱 한번씩은 본적은 있었다. 매년 퇴원한 환자들을 위한 "척추장애인의 날" 행사 때에 나는 그의 얼굴을 본적이 있었다. 그러나 행사를 담당하는 분주함 때문에 자세한 안부를 묻지는 못했었다. 아니 그의 아내가 옆에 붙어 있는 걸로 그의 안부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 그가 입원했을 때 아내와 많이 다투었고 한때 아내와 이혼한다는 말까지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내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으로 여겼던 것이다.
"연락도 없다가 이런 일로 연락하게 되어서 미안해요. 퇴원 후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마비뿐만 아니라 통증이 심했고, 거기다 하던 사업도 정리하기가 힘들었고··· 보상금 문제로 소송도 골치 아팠고··· 여러 가지로 복잡했어요. 병원에서도 아내와 많이 다투었지만 퇴원 후에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었고 또 이런저런 문제들이 하나하나 정리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온천을 다니면서부터 통증도 사라졌고 제 몸도 많이 좋아졌아요. 이즈음에는 아예 온천이 있는 시골로 이사를 가서 아이들과 거기서 살고 있어요. 애들이 학교를 옮겼는데도 잘 적응을 해주었고 나도 새롭게 살아보려고 통신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참으로 오래간만에 우리 가족들이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또 이런 일이 터진 거예요. 아마 아직도 하나님 앞에 내가 바로 서지 못한 게 많이 있는가 봐요? 그는 아내의 사고가 자신의 잘못인양 말을 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내는 누구보다 건강해야 해요. 아내가 내몫까지 건강해야만 우리 가정이 살아갈 수 있는데 아내마저 장애를 입게 되면···"
염려스러운 얼굴 가득 울음을 담고 그는 말을 잊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떨구다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다쳤을 때 아내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군요. 전도사님 제가 아내를 잘 간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는 불편한 몸으로도 아내를 잘 간병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했다. 상한 사람도 하기 힘든 간병을 휠체어를 타고 해야 하는 그에게 나는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감당할만한 시험을 주신다"고 말하려다가 가만 두었다.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을 쉽게 말한다는 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으로 나는 간절히 빌고 있다.
"그의 아내가 급속도로 좋아지기를···." 

김복남 연대세브란스병원 원목실 전도사, 은광교회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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