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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541】소멸은 아름답다
수세미오이를 모두 거두니 대문이 환해졌습니다. 마당의 화초들도 잎을 떨구기 시작하고, 감나무 잎은 벌써 거의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콩밭의 콩잎들도 마르기 시작하면서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열매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집 앞의 영웅이네 밭에서는 들깨를 베어서 말리고, 고구마를 캡니다. 곧 김장을 하기 위해 무, 배추를 뽑아내면 내년 봄까지 밭은 텅 비겠지요?
이제 서서히 이 세상이 소멸되기 시작하는군요. 사람들은 소멸을 모르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1년에 한번씩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침묵'속에 빠져들어 있다가 새봄에 다시 새롭게 소생하기를 반복합니다.
이 세상 이치가 - 아무것도 소멸되지 않으면 새롭게 소생될 수 없다 -인데 오직 인간만이 '소멸'이라는 '밑거름'을 만들지 않습니다.
주님!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그냥 한 알 그대로이지만, 땅에 떨어져 썩어버리면 수 십배의 열매를 얻는다는 주님 말씀을... 빈 밭을 보며 묵상합니다. ⓒ최용우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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