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180만원짜리 생일선물

어부동일기00-03 최용우............... 조회 수 1300 추천 수 0 2003.01.09 09:52:05
.........
【갈릴리의 아침 244】180만원짜리 생일선물

오전까지도 맑았는데 오후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눈발이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요 며칠 무엇때문인지 심술을 부리던 아내가 농협에 입금할 것이 있다며 대전까지 태워다 달라고 한다.
"난, 못해. 저렇게 눈이 오면 난 운전 못해." 싫다며 버티다가 억지로 차를 끌고 나가는데 죽죽 미끄러진다.
"여보, 안되겠어. 그냥 돌아가자 응?"
"살살 천천히 나갔다 오면 되겠는데 뭐"
"여보 오늘 꼭 농협에 가야 한다면, 가까운 회남으로 갔다오면 안될까? 응? 제발."
"... ... ..."
아내의 고집은 대단하다. 할수없이 운전대를 꽉 움켜잡고 의자를 바짝 당긴 채 슬금슬금 운전을 하였다. 눈이 살짝 내린 도로는 추운날씨에 얼어붙어서 완전히 빙판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바퀴가 줄줄줄 미끄러지면서 통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순간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나보다. 도로 위에서 차가 한바퀴 빙 돌아 후진으로 도로 아래로 슬금슬금 내려가 버렸다. 불과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
"여, 여보. 자기 말 안 들어서 미안해"
"... ... ..."
차 밖으로 기어 나와 보니 바로 발 밑으로 아득한 낭떠러지이다. 1미터만 더 내려갔어도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한동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나가던 차들이 큰 사고가 난 줄 알고 다 멈춰서 내려 모여든다. 다행히 하나님이 봐 주셔서 손끝하나 다친 곳도 없고 차도 겉으로 봐서는 멀쩡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렉카차가 와 차를 끌어올려 보니 범퍼와 라지에이터 라이트가 박살이 났다.
차는 견인되어 공장으로 가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공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망가져서 견적 180만원 나왔다. 아내가 얼마나 미운지, 뭘 해도 다 미웁고 보기도 싫다. 목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천국이 아무리 좋아도 아직 이 땅에서 할 일이 더 남아있는 것 같은데 천국 문 앞에까지 갔다와서도 지금 자기가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듯 했다.
하긴... 속으로는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겠는가.
며칠이 지난 오늘은 아내 생일. 차는 햇수로 13년이나 탔으니 안 고치고 그냥 폐차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간 마음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던 아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생일선물이다. 180만원짜리 생일선물!  2003.1.8 ⓒ최용우

2003차.jpg
2002.1.3.오후 3:50 방아실 지나 1키로미터 지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624 어부동일기00-03 짬짜뽕 최용우 2003-03-20 1050
623 어부동일기00-03 난 날마다 카드로 긁는다 최용우 2003-03-20 1056
622 어부동일기00-03 1초만 여유가 있었어도... [3] 최용우 2003-03-18 1022
621 어부동일기00-03 코코아값 벌기 file [1] 최용우 2003-03-18 1091
620 어부동일기00-03 길잃지 말아야지. [3] 최용우 2003-03-14 978
619 어부동일기00-03 몽당연필 [4] 최용우 2003-03-14 1771
618 어부동일기00-03 서러운 날 최용우 2003-03-13 1208
617 어부동일기00-03 담배냄새 [2] 최용우 2003-03-11 1235
616 어부동일기00-03 작은 천국 최용우 2003-03-10 1077
615 어부동일기00-03 대추 최용우 2003-03-10 1133
614 최용우팡세 아무것도 아닌 사람 최용우 2003-03-10 1475
613 어부동일기00-03 한방에 해결 file 최용우 2003-03-08 1167
612 감사.칼럼.기타 아빠와 딸의 사진여행 최용우 2003-03-06 1773
611 어부동일기00-03 벼락맞은 십자가 최용우 2003-02-25 2933
610 어부동일기00-03 하나님의 사랑 최용우 2003-02-21 1066
609 어부동일기00-03 다산초당 최용우 2003-02-21 1179
608 어부동일기00-03 춘련(春聯) 최용우 2003-02-14 1497
607 어부동일기00-03 미국놈들 콱 망해부러야헌디 [14] 최용우 2003-02-13 1285
606 어부동일기00-03 우체국에서 최용우 2003-02-12 1392
605 어부동일기00-03 웃음소리 최용우 2003-02-11 1646
604 어부동일기00-03 로또복권 file [1] 최용우 2003-02-11 1546
603 어부동일기00-03 별똥별이 우리집에 떨어졌습니다. file [8] 최용우 2003-02-08 1797
602 어부동일기00-03 서대전 공원에서 (사진 5장) file 최용우 2003-02-07 1857
601 어부동일기00-03 사람 무는 토끼 file 최용우 2003-02-05 2725
600 어부동일기00-03 시집 <숲속의 아침> file 최용우 2003-01-30 1647
599 어부동일기00-03 아무도 밟지 않은 file 최용우 2003-01-30 1885
598 어부동일기00-03 시계 벗어버리기 최용우 2003-01-30 1315
597 어부동일기00-03 아침마다 쓰레기 치우기 최용우 2003-01-21 1695
596 어부동일기00-03 덧버선 file 최용우 2003-01-20 1768
595 어부동일기00-03 얻은 것 잃은 것 최용우 2003-01-17 1488
594 어부동일기00-03 그래도 file 최용우 2003-01-16 1630
593 어부동일기00-03 맨발 file 최용우 2003-01-16 1191
592 어부동일기00-03 불빛 최용우 2003-01-14 1128
591 어부동일기00-03 빈의자 file 최용우 2003-01-13 2024
590 어부동일기00-03 아빠가 있으면 file 최용우 2003-01-11 1384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