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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21】호도알 세 개
인천에 갔다 돌아오면서 고속도로 천안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밤이라서 아내와 이이들은 차안에서 그대로 잠들어 있습니다. 차도 쉬고, 저도 찬바람 쐬며 정신도 차릴 겸 밖에 나와 몸을 흔들며 운동을 합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입구에 호두과자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호도를 구워내는 기계가 완전 자동인데, 철컥 철컥 하면서 정확하게 박자를 맞추어 호도를 세개씩 만들어 굴려 내놓는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들여다보고 서 있었습니다.
호도모양을 찍어주는 판을 여는곳, 기름을 칠해주는 곳, 반죽을 짜주는 곳 팥을 넣는 곳, 호도를 뿌려주는 곳, 그 위에 다시 반죽을 짜는 곳, 골고루 익도록 뒤집어주는 곳, 뚜껑을 열러주는 곳, 호도를 꺼내주는 곳, 정확하게 세 개가 한 조가 되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우리사는 세상도 저렇게 한치의 오차도 없는 조화로운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무슨 역할을 감당하든 서로 상관하지 않고 자기의 일만이 최고라고 뻐기지 않으면서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것!
호도를 한 봉지 사가지고 차에 오나 아내가 목사님이 준 빵을 한보따리 가지고 오면서 또 빵을 샀다고 머라 합니다.
"아! 이놈들은 사 줄 가치가 있다니까... 오늘은 내 선생님이여!"
2003.10.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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