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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에겐 쓸모있는 밭
【느릿느릿 029】쓸모없는 밭
집 뒤란 작은 밭에 잡초가 무성합니다.
괭이가 안 들어갈 정도로 돌이 많은 밭입니다.
콩을 심어 보아도 고구마을 심어 보아도 별로 소득을 얻을 수 없는 밭이어서 올해는 그냥 아무것도 안 심었습니다.
그래서 전에는 한번 심어 놓으면 몇년씩 가는 도라지를 심었었습니다.
부엌 창문 밖으로 뒷밭을 바라볼때마다 아내는 한마디씩 합니다.
"이그...이 게으른 양반아... 손바닥만한 밭 하나 못갈아 먹어서 저렇게 쓸모없는 밭을 만들어요?"
그런데 오늘 밭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저 밭은 절대로 쓸모없는 밭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에게나 쓸모없는 밭이지, 묵은 밭은 사람 이외 다른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쓸모있는 밭인지...
가만히 보니 풀씨 열매를 먹으려고 참새들이 날아와 푸드덕거리며 분주합니다. 풀숲 사이에 지렁이며 온갖 벌레들이 득실거립니다. 가끔 고라니나 산토끼들이 내려와 풀을 먹습니다.
쓸모없는 밭이 아닙니다.
정말 사람 이외 다른 동식물들에게 묵은 밭은 너무 쓸모있는 밭입니다. 2003.10.2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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