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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38】스케치북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우리집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종이'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좋은이와 밝은이는 주로 그림을 그리는데 종이를 쓰고, 아내는 글씨를 쓰는데 쓰고, 저는 그냥 냄새맡는데 씁니다. 종이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그래서 종이를 사와도 박스채 사오고, 스케치북은 묶음으로 사옵니다.
다른건 몰라도 종이만큼은 아이들에게 원 없이 쓰게 하고 싶은게 제 마음입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시멘트푸대를 연습장 크기만큼씩 짤라 묶어 만든 수제연습장을 쓰며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했던 기억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어디서 그렇게 시멘트 푸대를 주워 오시는지, 가지고 와서는 가위로 슥슥 잘라 연습장을 만들고 나머지 자투리도 떵구멍 크기에 맞게 잘라서 화장실에 비치해 놓으셨던 것이었습니다.
며칠전에 사 온 스케치북 묶음을 식구수대로 공평하게 나눕니다. 좋은이 세권! 밝은이 세권! 나 두권! 아내 두권! 아마 종이가지고 맨날 싸우는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새 스케치북에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구절을 씁니다. 2003.11.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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