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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71】세탁기 선물
결혼할때 아내의작은아버님이 사 주신 세탁기를 가지고 아이들 둘을 키웠다. 갈릴리마을로 이사 오면서 어찌된 일인지 통이 돌지 않아 그동안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얼마전 고물장수에게 공짜로 주어버렸다. 공동체에서 쓰는 세탁기가 있어 얼마동안 썼지만 그것마저 쓸 수 없게되어 아내는 내내 손빨래를 해야했다.
손 습진 때문에 계속 병원에 다니면서도 손빨래를 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해서 나는 옷을 한번 입으면 냄새가 펄펄 나도록 오래오래 입었다.^^ 아내가 나서서 잔소리를 바가지로 퍼 부으면 그때사 못이기는척 옷을 벗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손 습진때문에 괴로워 하는 아내를 위해 성탄선물로 세탁기를 하나 선물하려고 그동안 돈을 조금씩 모았다.
쇼핑센타의 가전제품 코너에 있는 세탁기 앞을 떠나지 못하던 아내를 위해 트럼세탁기는 못사줘도 통돌이는 사줄라고 했는데, 세상에 허망하게도 예기치 않게 차가 고장나서 차 고치는데로 돈이 홀딱 들어가버렸다. 에구...성탄 선물로 세탁기를 사주면서 깜짝쇼를 할라고 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않지....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고 아내를 많이 많이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정확하게 12월 24일 성탄이브의 날에 천사들을 동원하여 새 세탁기 한대를 집앞에 척 갖다 놓으셨다. 하나님의 천사가 되어주신 분들은 대전에 사시는 분들이다. 두 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잉~
세탁기 놓을 자리를 잡아 설치를 하면서 나는 내내 퉁명스럽게 툴툴거렸다.
"이거 내가 사줄려고 한건데... 하나님께 기회를 빼앗겨버렸네!" 2003.12.2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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