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릿느릿 082】나는 잘 논다
참, 따분하군... 뭘 해야 하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나는 의자 하나만 갖고도 몇 시간, 아니 며칠을 놀아라 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뭘 해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 미칠지경이다. 와하하
작년 일년동안은 정말로 의자 하나 갖고 놀았다.
좋은이 밝은이가 아주 어려서 밥상이 너무 높아 머리만 쏙 올라왔을 때 의자의 다리를 적당히 잘라서 밥상의자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 이제 아이들이 자라서 그 의자가 필요 없어지자 책방 구석에 버려져 있었는데, 어느날 그 의자에 예수님이 앉아 계시는게 아닌가. 나는 얼른 먼지를 털어내고 <예수님이 앉으시는 의자>라고 써 붙였다. 그리고 아침마다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소파에, 예수님은 의자에 앉아 아침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를 <내영혼이 주를 찬양>으로 썼는데 300편을 썼다. 지금도 역시 의자대화는 계속 되고 있다. 뭐, 심심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내 아내다. 이쁘고 착하고 성실하고 나는 아내가 나의 아내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좋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는 혼자 놀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눈이 반짝반짝 하지만 일이 없으면 완전히 시든 파처럼 세상근심걱정 혼자 다 짊어져 버린다. 그러면 뭔가 또 일을 만들어주기 전까지는 아이들이나 남편인 나나 모두 싸늘한 북극에서 살아야 한다.
지금 무슨 놀 거리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제 밑천도 없고... 큰일이다...
2004.1.12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