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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20】꽃들이 피어날꺼야
"봄비와 같은 사람이 있고 가을 서리와 같은 사람이 있다. 더불어 삶의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있고, 옆에만 있어도 으스스 떨리는 사람이 있다. 훈기로 인정스레 가슴을 덮혀주는 사람이 있고, 오싹하게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남을 향한 마음을 봄비처럼 지니고, 내 자신의 마음 자리를 가을 서리 같이 엄숙히 지닐 수만 있다면 그 삶이 비로소 헛되지 않으리라."
조선후기 문인 이덕무의 '청언소품' 평설집을 풀어 쓴 한양대 정민교수의 <한서이불과 논어병풍>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언젠가 읽다가 밑줄 그어 놓은 부분이 눈에 띄어 적어봅니다.
요 며칠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여 소화가 안될 지경이었는데, 위의 밑줄 그은 글을 우연히(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겠지요) 읽고 음미하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봄비가 내렸습니다. 이 비 그치면 가까운 곳에 사는 벗들을 불러모아 따뜻한 양지쪽 밭으로 오순도순 나물캐러 가야겠습니다. 뭐 공사가 다망하시다면 우리 가족끼라라도 나서지요. 직접 캔 봄나물국은 더욱 맛이 있을 것입니다.
봄 비 그치면 꽃들이 피어나겠지요? 봄꽃의 특징은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것입니다. 산유수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땅바닥에서부터 양지꽃, 할미꽃, 얼레지, 현호색, 노루귀, 민들레가 피어나고 그 뒤로 매화, 진달래, 목련, 그리고 개나리가 피기 시작합니다.
꽃들이 와하하하 웃기 시작하면 세상도 참 화안해지고 행복해지겠지요?
2004.3.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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