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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25】봄눈 녹듯
정류장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길이 갑자기 내린 눈을 쓸어낼 사이도 없이 얼어 붙어버렸습니다. 아침에 이 길을 아이들과 어른들이 마치 등산하듯 올라갑니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찝니다.
아이들 배웅 나왔던 학부모들이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아이고... 삽으로 파도 안 파지더라니까. 저거 언제 다 녹을까..."
"뭐, 봄 눈 녹듯... 금방 녹을 거예요."
"맞아, 봄눈이니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삶 가운데서 체험한 사실들을 속담이나 명언으로 어찌 그렇게 적절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산더미같이 쌓였던 눈들이 언제 녹을까 싶었는데 한 이틀 사이에 반은 녹아버렸고 나머지 눈들도 낮에 햇볕이 비치면 점점점점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시골에서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이렇듯 속담이나 명언이 실제로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2004..3.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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