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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29】나이롱 조기(弔旗)
나일론이 맨 처음 나왔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실크(비단)보다 질기고 면보다 가벼우며 신축성이 뛰어난 나이론은 그러나 얼마 안가 불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한계 때문에 겉만 그럴듯한 가짜라는 뜻의 '나이롱~'이 됩니다.
이 나이롱에서 '비날'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조선인 이승기박사 입니다. 그 비날에서 '비닐'이 나왔고, 지금은 비닐이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비닐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농촌에서는 그 '비닐'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밭이든 논이든 산이든 버려진 비닐이 널려져 있어 보기에도 흉하고,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땅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우무동에서 차를 타고 들어오는데 길 가 나무에 바람에 날려온 검은 비닐이 걸려서 펄럭입니다. 마치 인간들에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기도 하고, 중병을 앓으며 점점 죽어가는 지구에 대한 근조기(謹弔旗)같기도 합니다. 2004.3.1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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