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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39】'나'의 정체
할머니 화단에 가득 피어 있는 수선화꽃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꽃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쉿! 너한테만 살짝 말해주는데 실은 나도 꽃이다."
수선화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농담도 잘하시네."
"내가 꽃인 이유를 설명해 줄께"
사람은 원래 흙인데, 땅바닥의 흙과 다른점은 숨을 쉰다는 것이다. 그 숨(호홉)이 빠져나가면 땅바닥의 흙과 같아진다. 마치 꽃이 흙속에서 나와 아침에 화려하게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떨어지면 흙이 되는 것과 같다. 수선화가 꽃으로 피어나듯 나도 꽃으로 피어나 잠시 세상에 살다가 꽃이 지듯 나도 질 것이다. 그러니 나도 꽃이지.
불교에서도 말하기를 인간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네가지 성분으로 되어 있고 거기에 온기(穩氣 따뜻한 바람)가 임시로 잠시 화합해져 이루어졌다고 한다. 몸에서 온기가 빠져나가면 몸은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그 본래 성분인 지수화풍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독교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굉장한 불사 불멸의 존재인줄 착각하지만, "이는 저가 우리의 체질을 아시며 우리가 진토임을 기억하심이로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면 없어지나니 그곳이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시103:14-16)"라고 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이쁘게 화장도 해주고 고급 옷도 입혀주고 구멍에 맛난것도 넣어주고 고급아파트 화려한 침대에 눞혀 주는 그 몸땡이 '나'는 벗으면 흙이 되어버리는 것이니 실상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나'를 입고 사는 숨(호홉), 또는 불교에서 말하는 온기가 진짜 '나'라는 것이지요.
뭐, 오늘 글이 어려워 이해가 안되시면... 제 글 솜씨 탓하지 마시고 화단에 쭈구리고 앉아 꽃에게 직접 물어 보세요. 2004.3.2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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