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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215】(휴가일기7) 면사무소 벽화
수요일 저녁 예배시간이 되었는데 예배인도를 하셔야 될 목사님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본당에 가득 앉아 있던 성도님들은 프로젝터로 주기철목사님 신앙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교회 청년 하나가 "목사님께서 음식을 잘 못 드셔서 배탈이 나 누워계십니다." 하니 그냥 수요예배가 끝났습니다.
한 참 뒤에 사택에 가보니 교회 장로님 집사님들이 사택에 가득 모여 목사님께서 빨리 일어나시기를 바라며 다들 눈을 감고 중얼중얼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누군가가 배탈에는 매실주를 마시면 된다고 하니 집사님 한 분이 얼렁 집에 가서 매실 한 병을 가져왔습니다. 너도나도 "우리 집에도 매실주 있는데" 하면서 매실을 가져오겠다고 합니다.
"만약 다른 교회에서 목회자가 배탈났다고 예배를 빼먹어봐요. 아마 난리 날걸요. 하하하 우리교회 집사님 장로님들은 그렇게 순하고 착할 수가 없어요. 이참에 매실주 좀 많이 걷어 놔야지"
만나면 늘 재미있고 용기를 얻고 은혜를 받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전남장성 산골짜기에 있는 자그마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계신 고향교회의 송목사님 같은 분입니다. 배탈이 난 다음날 거뜬히 일어나셔서 감자탕으로 점심까지 대접해 주셨습니다.
얼마전에 면 사무소를 새로 리모델링 하면서 꾸미는데 150만원짜리 벽화장식을 무료로 해 놓았다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돌아오는 길에 면사무소에 들려 작품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면사무소에 가니 직원들이 애지중지 작품을 대접하며 조명등까지 손수 켜주며 이런 고급 작품이 시골 면사무소에 있다는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장사교회 사모님이 보통 정성을 들여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다음호 '장성21세기'(장성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나온다구요.
모처럼 교회가 세상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2004.7.2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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