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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장끼(수퀑)들의 까투리(암퀑) 마음 도적질하는 술책을 폭로함.
장끼는 먼저, 마음 먹고 있는 까투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심지어는 뒷모습이 좋다고도 말한다.
다음에는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고,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 깃이 썩 잘 어울리는데요."
"아니, 어디가 편찮으세요? 얼굴이 안 좋네요."
좀더 친해지면 우아함을 보인다.
남한테서 빌어쓰는 형편인데도 " 그 콩밭은 분위기가 영..."어쩌구 하면서 고상한 척 군다.
그 다음에는 자기 속을 은근히 보이면서 동정을 유도한다,
"우리 둘이는 못할 말이 없는 사이니까 하는 말인데 내 여자친구는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당신같은 까투리를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자기 일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의 일에 발벗고 나선다.
"내 몫이야 내일 해도 늦지 않아. 그러나 그 일은 당신한텐 무리야. 내가 돕지 않은면..."
이번 차례는 선물이다.
"작은 것이지만 내 정성이니...." 어쩌구 하는 미사여구와 함께.
여기에서 그래도 좀 강한 까투리는 망설인다.
이때 마음 한편의 '이 정도야 어쩔려구. 더구나 내가 거절하면 얼마나 민망해할까'
하는 우려가 있어 마지못해 받는다.
사냥을 할 때 포수가 선불을 놓는다는 말이 있는데 부정한 관계에서는 선물이 곧 선불에 해당한다.
곧 이어 늑대가 토끼를 덮치듯 순식간에 일은 벌어진다.
마지막은 늘 그렇다. 후회와 어찌할 수 없는 번뇌와 중독 현상과 될 대로 되라는 공식으로.
정채봉 <멀리가는향기/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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