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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려 널어놓은 호박을 넙죽 넙죽
【느릿느릿 444】화려한 외출
지난 목요일 우리집에 왔던 준(3살)이가 토끼를 만져보고 싶다며 토끼장 앞에 왔다갔다 하더니 토끼장 문을 열어 놓았었나 봅니다. 다음날 보니 문이 활짝 열려 있고 토끼가 안 보였습니다. 전에도 집을 나가면 멀리 못가고 뒤란이나 마당에서 얼쩡거리다 잡혔던적이 있기에 주변을 찾아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 옆 싸리나무 아래 굴을 파고 거기에 숨어 있었습니다.
토끼를 잡으려고 하면 더욱 깊숙히 덩쿨 안쪽으로 들어가버려서 결국 잡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토끼는 낮에 사람의 기척이 없으면 마당으로 나와 널어놓은 호박을 넙죽넙죽 먹고 밭의 가지와 오이와 고구마 줄기를 따 먹으며 돌아다녔습니다.
호박을 썰어 널어놓은 아내는 "까짓거 지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하다가 순식간에 한 쪽을 다 먹어버려 휭~ 빈 것을 보더니 빨리 잡아 넣으라고 성화입니다.
할 수만 있으면 토끼를 그냥 마당에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살도록 놓아두고 싶지만, 토끼를 노리는 짐승들이 너무 많아서 토끼에게 토끼장 밖은 결코 안전한 곳이 못 됩니다. 산토끼라면 살아갈 수 있겠지만 집토끼는 더욱 자신을 방어할 힘이 없습니다.
돌아다니는 토끼를 보고 벌써 족제비 한 마리가 먼 풀섶에 숨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쫒고 쫒기는 숨바꼭질 끝에 토끼를 잡아 토끼장 안에 넣었습니다. 토끼 '피피'의 8일간의 화려한 외출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2005.9.2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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