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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455】벌초
지난 추석에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산소에 가서 벌초를 했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처가에 가서 아내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촌수를 어떻게 따지는지 모르겠다)의 산소를 벌초했습니다.
좋은이와 밝은이도 산에 따라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후손들이 몰려와 벌초를 하고 웃으면서 떠드는 소리를 무덤 속의 조상님들도 들으셨을까요?
예초기로 순식간에 무성했던 머리를 빡빡 깎아 버렸습니다. 예초기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무덤 속의 조상님이 "엄머~ 이것이 먼 소리다냐?" 하고 깜짝 놀라지나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교리적으로 신학적으로 죽은 사람은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따지기 전에 '벌초'를 핑계로 모처럼 친척들을 만나서 좋았고, 산에 가서 알밤, 상수리, 도토리를 주우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2005.10.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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