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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주는 땅
보름달만한 서 마지기의 땅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땅을 사랑하는 농부가 있었다.
농부는 땅을 끔찍이도 사랑했다.
봄이면 씨를 뿌리고
여름이면 거름을 내었다.
쉬임 없이 김을 매고
가뭄 때는 물을 길어 왔다.
한가할 때는 소를 몰고 와 풀을 뜯기면서
버들피리를 불기도 했다.
어떤 때는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
재 너머 교회에서 종이 울려 오면 일하다 말고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가을이 오면 추수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측량기사들이 나타나면서 부터
땅의 주인은 변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도시로 빠지는 길이 뚫리자
땅값이 치솟았던 것이다.
선량하기만 하던 주인은 불평이 늘어났다.
드디어 주인은 괭이를 내던지며 말했다.
"농사는 지겨워더 못 짖겠다. 장사를 해야지.
널 팔아서 밑천을 삼겠다."
서 마지기의 땅은 반달만하게 남았다.
그리고 주인은 통 나타나지를 않았다.
땅은 황페해졌다.
그러나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어느 날 주인이 불쑥 나타났다.
그러나 예전의 순박한 모습은 아니었다.
배가 볼록 나왔고 두리번거리는 눈에는
탐욕의 빛이 가득했다.
" 널 마저 팔아야겠다.
차도 사고 새 장가도 들어야겠어."
땅은 또 없어졌다.
남은 것이라곤 하현달만한 비탈진 언덕뿐.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억새가 무성한 언덕 밑에 영구차가 와서섰다.
영구차에서는 관이 내려졌다.
그 관은 땅이 기다리고 있는 주인의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돌아오고 마는 것을
그렇게 큰 욕심을 내고 방황하고 다니다니..."
땅은 가슴을 열고 사랑하는
주인의 시신을 맞아 들였다.
한 점 흰 구름이 새로 생긴 무덤 위에서
오래오래 머물었다.
<생각하는 동화> 멀리가는 향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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