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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15】밤에 나가
밤늦도록 글을 쓰다가 배가 출출하여 살금살금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어느새 아내가 잠에서 깨 ‘지금 누구 과부 맹글 일 있냐’ 며... 밤에 뭐 먹는다고 짜증을 냅니다. 음... 워째 저렇게 귀가 밝을까?
아쉽지만 꾹 참고 또다시 자판기를 툭탁거리다 보니 또 배가 고픈데....
아 ~ ꏊ 그래, 여기는 산골짜기가 아니야 편의점이 있지...
그래서 살금살금 나가 동네에 있는 24시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 하나 불려 먹고 입을 쌱 닦은 다음 또 살금살금 들어왔습니다.
야, 참 좋다... 산골에 살 때는 해 넘어가면 어디 갈곳이 없었는데... 아, 얼마나 밤에 나가 뭘 사먹고 싶었던가. 도시 사람들은 모른다. 밤에 나가 요기를 할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지난밤 축구 본다고 잠을 안잤더니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자리에 누웠습니다. 밤늦도록 떠들고 까불던 좋은이와 밝은이와 그 모친께서 거실에서 뭐라 뭐라 속닥 속닥 작당을 합니다.
“쉿! 조용히, 우리 아빠 몰래 살짝 나가 맛난 것 사먹고 오자~”
그리고는 살금살금 집을 나갑니다. 다 들었어... 들었으면서도 모른 척 그냥 코를 골아줍니다. 2006.6.2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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