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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20】식탁을 샀습니다.
식탁을 샀습니다. 바야흐로 우리집도 바닥에 앉는 철퍼덕 문화에서 의자에 앉는 반직립식 문화로 진화한 것입니다.
식탁은 중고매장에서 5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아이고, 여기 좀 봐, 바닥에 아무것도 안 놓고 뜨거운 국그릇을 놓았는지 자국이 생겼네. 이것 봐 얼마나 오래 썼는지 모서리가 다 벗겨지고, 나사도 다 풀어져 흔들흔들 하네! 아저씨 이 식탁 흠이 많네요. 싸게 주세요.”
“에이 여보슈들... 당신들한테는 안 팔아요. 중고니까 당연히 흠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흠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팔아? 물건을 깎으려면 흠을 찾아내어 깎으려고 하지말고, 솔찍하게 맘에 들기는 하는데 돈이 부족하니 좀 싸게 달라든지 그래야 파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원 사람들하고는...”
......좀 싸게 사보려고 아내와 짝짜꿍 죽이 맞아서 식탁 흉을 막 보고 있다가 중고가구점 주인에게 순간적으로 뒤통수를 한 대 쎄게 얻어맞은 것 같은 꾸중을 들었습니다. 맞아! 흠을 보는 사람에게 팔고 싶지 않을꺼야! 그래서 곧바로 사과를 했습니다.
“맞네요. 맞아요. 우리가 생각이 짧았네요. 그러니 싸게 주세요. ^^”
그래서 원래는 6만원에 의자는 따로 사야 된다고 했는데 다 합쳐서 5만원에 사 왔습니다. (어쨋든 잘못했으면 변명하지 말고 즉시로 시원시원하게 사과를 해버리면 서로 관계가 좋아집니다.)
식탁은 통원목인데 제가 좀 손을 보고 아내가 구석구석 잘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니 새것처럼 좋네요. 좋습니다. 좋아요. 2006.7.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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