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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석화촌
【용포리일기 227】 나무꾼의 시간
한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한 참 나무를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바위 위에 어떤 하얀 옷을 입은 사람 둘이 앉아서 뭘 하는 게 보였습니다. 기어올라가 보았더니 신선 두 사람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 바둑이 하도 재미있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바둑이 끝나자 정신을 차리고 내려와 보았더니 도끼는 있는데 도끼자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왔더니 세상이 변해 있었습니다. 예쁜 자기 아내는 할망구가 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벌써 시집 장가를 가서 손자손녀까지 낳았고, 그러고 보니 도끼에 자루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세월이 하도 많이 흘러 도끼자루가 썩어서 없어져 버렸던 것입니다.
아니, 아주 잠깐 바둑 한 판 두는 시간밖에 안 흘렀는데 이게 어찌된 셈인가? 그래서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겼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새벽예배는 사도신경으로 시작해서 찬송과 설교를 간단하게 하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치는데, 어느 날은 잠결에 새벽예배를 인도하러 갔다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 성도들이 막 웃어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도신경 첫마디를 한 다음에 붙여서 바로 주기도문 끝부분을 하고 있더라고...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짬뽕하여 단번에 끝내버리셨구만요!^^
저도 나무꾼의 시간을 경험하였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입니다. 아침에 기도한다고 잠깐 무릎을 꿇고 찬송 두 곡인가 부르고 세 곡째 부르고 났더니 그새 4시간이 흘렀더라니까요. 도대체 두 곡과 세 곡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2007.4.2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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