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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에서 8.5km 지점에 있는 삼도봉에 10:2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노루 한 마리가 천왕봉을 바라보며 서 있는데 피아골이 몸통이고 임걸령이 노루의 등줄기이고 노루목 위로 삼도봉이 있습니다. 혹은 반야봉이 노루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머리라고도 합니다.
남쪽으로 우리가 걸어온 임걸령과 노고단이 손에 잡힐 듯 하고, 서쪽으로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반야봉을 지척에서 음미할 수 있으며, 멀리 동북쪽으로 천왕봉의 선경과 연하봉, 촛대봉을 잇는 천하제일경의 파노라마가 눈 앞에 쫘아아아아아악 펼쳐지는 것이 과연 우리가 지금 노루 뿔 꼭대기에 서 있는 게 맞습니다. 삼도봉 정상 바위 중앙에는 삼각뿔이 서 있는데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표시입니다.
꼭두새벽 5시부터 죽을 똥 살 똥 온 힘을 다해 겨우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삼도봉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쉬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배낭을 벗어놓고 쉬다가 가방을 열어 오이 두 개를 꺼내 툭 분질러 우적우적 깨물어먹었습니다. 하 ~ 좋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없는 이 맛!
천왕봉쪽에서 오던 어떤 부부가 지쳐서 완전히 맛이 간 모습으로 물었습니다.
"허어 허어 허어 오메... 죽것네.. 노고단까지 얼.. 얼마나 걸려요?"
"금방 가요. 저희도 눈 깜짝할 새에 왔어요" 오잉 ~ 내가 지금!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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