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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에서 토끼봉까지는 약2km거리인데, 첫날 만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이었습니다. 짧은 거리임에도 거의 1시간 가까이 걸어 토끼봉 정상에 오르니 시간은 12:30 예상대로라면 연하천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우리는 배도 고프고 지쳐서 토끼봉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죽치고 앉아버렸습니다.
화개재에서부터 시작된 오르막길은 은근히 사람을 힘들게 하는 길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신 없이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이 길에서 힘을 다 소진한다고 자기들끼리 격려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등산용 단어인 '치고 올라간다'는 말을 배우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치고 올라가지 않아서 이렇게 힘든가?
길은 밋밋한 초원지대와 웅장한 구상나무 상록수림 지대로 구분돼 있어 마치 인공적으로 조성한 훌륭한 정원 같은 느낌을 주는 길이었고, 철쭉 중에 늦게 피는 연분홍 철쭉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4-5월이면 핏빛 철쭉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 하는데, 여순항쟁 때 빨치산과 토벌대의 피나는 격전지로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간 곳입니다. 그 피가 흘러 철쭉은 그렇게 검붉은 꽃을 피우는 것일까요?
일단 가지고 간 오이를 하나씩 더 먹고 힘을 내서 일어나 연하천을 목표로 걸음을 떼었습니다. 3일 동안 먹으려고 가져온 오이 6개중 첫날 4개를 먹어버렸다고 좋은이의 걱정이 대단합니다. 괜찮아, 까짓거 없으면 토끼라도 잡아먹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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