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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명월샘
사진2:벽소령대피소 취사장
벽소령대피소의 물 사정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화장실은 대피소 안에 수세식이 있고, 샘터는 건물 좌측 쌍계사 방향으로 180m나 떨어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호스를 연결해 취사장 앞까지 끌어올린 '명월샘'이라 이름 붙여놓은 작은 샘이 있는데 그야말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작은 물병 하나를 채우는데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뒷사람의 눈치가 보일 지경입니다.
그래서 이 물은 취사를 하는 용도 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아예 딱 써 붙연 놓았습니다. 어쨌든 물을 받아서 코펠에 끓인 다음 햇반으로 이른 저녁을 해 먹었습니다. 아침, 점심을 컵라면으로 먹어서인지 밥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눈이 튀어나왔습니다. 오와.. 밥이다 밥.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해.
밥을 먹고 이제 씻어야 하는데, 저 아래까지 내려갔다 올 엄두가 안 났습니다. 에잉... 난 죽어도 못 내려가! 안 씻을래. 지리산에서는 샴푸, 비누, 치약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수건에 물을 적셔 대충 얼굴을 닦고 수건으로 양치를 해야 합니다.
명월샘에서 받아 온 물로 수건에 적셔서 좋은이 반쪽, 나 반쪽을 사용하여 대충 얼굴을 닦습니다. 그런데 내가 닦은 쪽에 뭐야, 까맣게 때가 밀렸넹!
식사사후 취사장 앞 의자에 앉아 그윽한 마음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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